임 회장은 11일 서울 충정로 농협 본사에서 개최된 취임식에서 "농협금융의 지분을 100% 가진 대주주로서 농협중앙회의 권한과 역할을 존중하겠다"고 전제하면서도 "지주사의 역할과 기능이 뭔지 성과를 통해 계열사들에 인정받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농협법에 따라 중앙회가 행사하는 인사ㆍ조직ㆍ예산권을 최대한 존중하되 은행ㆍ보험ㆍ증권 등 금융계열사의 건전성과 수익성을 높이는 데 지주사로서 할 일은 하겠다는 의미.
하지만 임 회장의 의지가 제대로 관철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신동규 전 농협금융 회장의 갑작스러운 사퇴 원인이 됐던 농협중앙회와 관계 설정이 최대 관건이다. '경제관료 최고의 조율사'로 통하는 임 회장이 농협중앙회와 금융지주 간 불협화음을 잘 봉합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중앙회가 워낙 '까다로운 시어머니'이기에 마찰이 생길 수 있는 탓이다. 실제로 농협금융은 대주주인 농협중앙회로부터 사사건건 경영 간섭을 받아야 한다. 임 회장 역시 이를 의식한 듯 취임식에서 농협금융의 정체성을 강조했다.
그는 "(농협금융이 지주사 체제로 출범한 지) 1년밖에 안돼서 정체성이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농협금융의 역할과 기능을 확고히 자리매김하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밝혔다. 농협금융의 독립성을 확대해나가는 과정에서 중앙회와 대립각을 세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실상 농협중앙회의 거수기라는 비판을 듣는 농협금융 이사회의 기능을 강화하고 농협중앙회 조합장 출신이나 정권 실세의 측근으로 채워지는 사외이사의 독립성 확보도 시급하다.
아울러 5대 금융지주로서 면모를 갖추기 위해서는 외부통제 강화도 필요하다. 농협금융은 복잡한 지배구조로 금융 당국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제한적이다. 실제 올해 3월 전산 사태가 불거지며 금융감독원이 농협금융에 특별검사를 실시했지만 '반쪽짜리 검사'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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