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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요구 일부라도 수용땐 찬반논란 재확산·비준 차질

美공식요구땐 끝까지 버틸수 있을지는 미지수<br>복수노조 허용·공익사업장 직권중재 폐지등 포함<br>환경분야선 몬트리올 의정서 이행등 요구할듯


미 행정부와 의회가 페루 및 파나마 등 이미 자유무역협정(FTA)협상을 체결한 국가에 대해 추가적인 노동ㆍ환경 재협상을 하기로 합의한 것에 대해 정부는 “우리 측에 공식통보가 오지 않았지만 설사 오더라도 현대로서는 재협상은 없다”. 이혜민 한미 FTA 기획단장은 11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한미 FTA에 대한 재협상은 있을 수 없고 어떤 경우에도 현재 이뤄진 협상 결과의 균형은 계속 유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이 FTA 비준을 이유로 재협상을 강하게 요구할 경우 우리로서도 강력한 거부 입장을 견지하기가 쉽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미국대사가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을 예방, 미 행정부와 의회가 신통상정책에 합의한 사실을 직접 설명한 사실을 가볍게 넘길 일은 아니라는 얘기이다. 김 본부장 등 우리 측 관계자들이 이날 청와대를 방문해 관련 내용을 숙의한 것도 미국 측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만약 우리가 미측의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할 경우 한미 FTA 반대 여론이 다시 확산되는 등 비준 일정에도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미국, 재협상 무엇 요구하나=노동 분야에서 미 의회와 행정부는 결사의 권리, 단체교섭에 관한 권리, 강제노동 금지, 어린이 노동 금지, 고용차별 철폐 등 국제노동기구(ILO)의 5가지 핵심적인 기준을 포함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현재 우리는 ILO 핵심협약 가운데 4개를 비준했지만 미국은 고작 2개에 불과, 재협상시 미 정부가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미측이 요구하는 세부 항목 중에는 ▦기업의 복수노조 허용 ▦공익사업장 직권중재 폐지 ▦파업권을 포함한 공무원 노조 인정 등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공익사업장의 직권중재를 허용하고 있고 오는 2009년까지 복수노조 허용을 유예해놓아 재협상시 우리도 여간 불리한 것이 아니다. 환경 분야에서는 미측은 오존층 파괴 방지를 위한 몬트리올 의정서 이행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 미국 모두 온실가스 의무 감축국에 포함돼 있지 않은 상태다. 환경부의 한 관계자는 “온실가스보다 미국이 실제 요구하는 것은 환경법 집행을 소홀히 하지 않도록 세부 기준을 더 강화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FTA 협상에서 한미 양측은 무역ㆍ투자 장려를 위해 기존의 환경보호 수준을 악화시키지 않도록 노력할 의무가 있다는 선언적 내용의 합의를 이룬 상태다. 재경부 관계자는 “노동ㆍ환경 분야에서 법만 놓고 보면 우리가 미국보다 더 센 기준을 갖고 있는 것도 적지않다”며 “문제는 법은 이렇지만 실제 제도 운용은 미국이 훨씬 강하다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재협상 불가 고수 가능할까=정부는 재협상은 없다는 원칙은 절대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한미 FTA 협상 타결 이후 불거진 재협상론에 대해 정부의 입장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는 상태다. 하지만 미국이 재협상을 공식적으로 요구할 경우 정부가 버틸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미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이 한미 FTA 비준뿐 아니라 6월 말 만료되는 미 행정부의 무역촉진권한(TPA) 연장을 무기로 재협상을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재협상에 양국이 동의할 경우 우리로서는 협정문을 수정하지 않고 노동조항 등에 대해 부속서를 덧붙이는 형태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만약 추가협상이 이뤄질 경우 굴욕협상 논란이 일면서 한미 FTA 반대 여론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고 국회 비준 절차 등도 지연될 것이라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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