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패권에서 한발 물러선 미국 vs. 한발 나아간 중국 vs. 목소리 커지는 한국.'
미국 정부가 46년간 직·간접적으로 독점하던 인터넷 주도권을 글로벌 다자 기구에 이양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인터넷 패권을 둘러싼 각 국간 논쟁이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미국은 "인터넷 관리 권한은 누구도 독점할 수 없다"는 여론에 밀려 일부 권한을 넘겨줄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중국의 공격은 거세지고, 신흥 인터넷 강국인 한국의 영향력은 커질 전망이다.
인터넷 패권에 대한 미국의 집착은 대단하다. 온라인 세상이 무한히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15억대의 컴퓨터와 10억대의 휴대폰이 인터넷 세상에 연결돼 있지만, 앞으로는 100조개가 넘는 사물이 인터넷 식구가 된다.
미국은 '정부로부터 독립된 인터넷'을 강조하기 위해 1998년 비영리 민간법인인 국제인터넷주소기구(ICANN)를 설립해 인터넷 관리를 위임했다. ICANN은 인터넷 도메인과 IP, 네트워크 관리 권한을 통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최상위 도메인(.com, .org 등) 등록과 IP 배분으로 막대한 수입을 챙기고, 이론적으로는 한 국가의 인터넷 전체를 마비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때문에 중국·러시아·인도 등 인터넷 후발국들은 정치적·경제적 이유로 미국이 주도하는 ICANN 체제를 강하게 비판한다. 대안으로 국가간 기구인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을 통한 관리를 주장한다. 중국은 이미 인터넷 이용자수에서 미국을 앞질렀고, 검색시장에서도 미국과 경쟁하는 등 영향력이 커진 상황이다. 2006년3월에는 최상위 도메인을 중국어로 호환해 연결하는 등 ICANN 체제에 정면으로 도전했다.
한국은 이번 기회를 통해 목소리가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카드로 신흥 인터넷 강국인 한국을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9년 10월 서울에서 ICANN 회의를 열고'다국어 최상위 도메인'을 승인했고, 최근 서울에 ICANN 사무소를 설치하는 등 한국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미국은 ICANN을 대신해 곳으로 글로벌 다자간 기구를 내세웠다. 그러면서 정부가 이끄는 기구나 ITU처럼 정부간 기구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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