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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ㆍ現대통령도 영향권 ‘민감한 뇌관’
입력2003-08-13 00:00:00
수정
2003.08.13 00:00:00
고태성 기자
민주당 권노갑 전 고문의 현대비자금 수수 사건 파장이 전ㆍ현직 대통령에게까지 미치면서 정치적 폭발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김대중 전 대통령은 김영완씨가 현대 돈 100억원을 제공하겠다고 제의해 왔다는 사실을 권 전 고문으로부터 보고 받았다는 주장이 12일 나오면서 사건의 불똥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당장 김 전 대통령이 권 전 고문의 비자금 수수를 어느 선까지 인지하고 있었는지, 또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않았는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했다.
이런 사실은 이날 권 전 고문의 측근인 민주당 이훈평 의원에 의해 공개됐다. 이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이 이를 거절토록 지시했다고 했지만 김씨가 당 후원회 등 공식 통로가 아닌 권 전 고문 개인을 통해 100억원의 자금 제공을 제의한 것은 정치자금법 위반이다. 이를 알고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권 전 고문의 편법 정치자금 수수를 DJ가 사실상 묵인했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그러나 DJ측은 이 의원의 얘기를 모두 부인하며 파장을 차단했다. 김 전 대통령의 한 핵심 측근은 이날 DJ를 만난 뒤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이 의원을 힐난했다. 이 의원도 “권 전 고문의 변호사가 착각을 일으킨 것 같다”며 자신의 발언을 사실상 취소했다. 그러나 “DJ가 당에 대해 부정한 돈을 받지 말라고 지시한 것이 와전됐다”는 이 의원의 해명은 석연치 않은 점이 있어 앞으로도 상당기간 여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은 16대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부산 북ㆍ강서 을에 출마했기 때문에 파문의 간접 영향권에 들게 됐다. 권 전 고문의 지원금이 노 대통령에게까지 흘러 들어가지 않았겠느냐는 게 야당의 시각이다.
노 대통령의 총선 자금은 지난 해 대선후보 경선 때 이미 논란이 됐다. 당시 이인제 후보측은 “노 후보가 2001년말 민주당 출입기자들과 저녁을 하면서 `부산에선 원 없이 돈을 써봤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노 후보측은 발언은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다른 선거 때보다 좀 더 많이 썼다는 것일 뿐”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12일 “다른 선거에서 법정 비용의 30~40%를 썼다면 부산 선거에선 85~90% 정도를 썼다”고 말했다. 법정 한도액이 1억1,700만원이었으므로 9,950만~1억530만원 정도를 썼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1억원 안팎의 돈을 쓴 걸 갖고 원 없이 썼다고 했겠느냐”는 시각이 주류다.
<고태성기자,박정철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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