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B택배의 한 관계자는 7일 "로젠택배와 KGB택배 간의 인수합병(M&A) 협상이 양측 간의 이견 조율 실패로 지난달 31일 최종 결렬됐다"고 밝혔다. 국내 택배업계 5위인 로젠택배는 올해 초부터 KGB택배의 동의를 얻어 M&A를 위한 실사작업을 벌여왔다. 로젠택배는 KGB택배를 인수하면 우체국택배를 제치고 단숨에 택배업계 4위까지 오를 수 있어 그동안 인수에 적극적인 모습이었다. 업계에서는 로젠택배 측이 KGB택배에 제시한 인수대금을 255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택배사업 진출을 공식 선언한 농협이 KGB택배 인수에 관심을 보이면서 회사 가치가 상승했고 결국 로젠택배가 손을 든 것으로 알려졌다.
로젠택배와 KGB택배 간 협상이 결렬되면서 농협의 택배사업 진출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농협은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이 택배사업 진출을 공식 선언한 후 별도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중소형 택배사 인수를 추진해왔다. 기존 택배업계의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고 자체 조직을 꾸리는 것보다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IB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농협은 로젠택배가 실사를 벌이고 있는 와중에도 KGB택배 인수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접촉한 것으로 안다"며 "로젠택배와의 인수 경쟁으로 가격이 치솟아 부담이 됐지만 이번 협상이 결렬되면서 우려한 것보다 적은 비용으로 KGB택배를 인수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로젠택배 측이 제시한 금액 수준(255억원)에서 거래가 성사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농협의 KGB택배 인수가 성사되면 국내 택배시장의 재편 작업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택배시장은 CJ대한통운(37.7%) 현대로지스틱스(12.9%), 한진(11.5%) 등 상위 3개사의 과점체제로, 나머지 중소형사 5~6곳이 35~40% 시장을 놓고 출혈 경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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