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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협상 타결로 이란에 대한 경제·금융제재가 내년 초 풀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란 금융시장 선점을 위해 금융투자업계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건설·철강·화학 등 산업 분야뿐 아니라 금융투자, 자본시장 인프라 구축까지 한국이 진출할 수 있는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는 9월7~8일 이틀간 이란 테헤란에서 '이란 금융시장 전망과 기회'라는 주제로 국제 금융 행사가 열린다. 이 행사에는 한국예탁결제원·한국거래소·금융투자협회·한국증권금융 등 국내 금융투자 유관기관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당초 예탁결제원과 이란 중앙예탁결제기관(CSDI)과의 정기적인 공동 워크숍 수준이었던 이 행사가 이란 핵협상 타결과 맞물리면서 이란 자본시장을 주제로 한 국제행사로 커지게 됐다. 낙후된 이란 산업 및 자본시장 시스템 개선을 위해 글로벌 금융투자가 절실했던 이란의 요구가 반영된 것이다. 이번 행사에는 영국·스위스 등 글로벌 금융 선진국들의 금융기관들이 대거 참여할 것으로 보이며 한국은 행사의 일환으로 국내 자본시장 설명회(IR)를 열 계획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란에서 특정국가 단독으로 IR를 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한국과의 금융자본시장 교류 및 투자활성화를 원하는 이란이 국제 행사 내에 별도 세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 자본시장을 대표하는 금융투자 유관기관이 협력하면 더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행사의 주최 기관인 이란중앙예탁기관의 하메드 솔타니네자드 사장도 "이란의 금융경제 안정성·효율성·투명성 강화를 위해 자본시장 인프라 구축이 매우 중요하다"며 "튼튼한 실물 경제 교류와 협력을 기반으로 한국의 대이란 금융투자가 결합되면 매우 큰 시너지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 자본시장 IR를 위해 예탁결제원과 금융투자협회·한국증권금융은 각 기관의 수장이 이번 행사에 직접 참여할 예정이다. 실무자 중심의 대표단보다는 각 기관을 책임지는 수장들이 직접 참여해 한국 자본시장을 알리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거래소는 현재 이란의 낙후된 증권 거래 시스템과 금융환경 개선을 위한 시스템 수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란은 석유 및 선물거래소를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랜 경제 제재로 거래 시스템 개선이 필요한 상태다. 거래소는 증권매매시스템과 청산결제 및 시장감시시스템 등 거래소만의 독자적인 선진 금융 정보기술(IT) 시스템을 이번 행사를 계기로 마케팅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예탁원도 예탁결제시스템과 국내 펀드가 이란에 투자할 때와 이란 펀드가 한국 시장에 투자할 때 필요한 여러 제도와 시스템 등에 관한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코스콤의 경우 이번 행사에 참석하지는 않지만 8월 이란 금융위원화 고위 관계자가 코스콤을 방문하기로 하는 등 이란과의 금융 솔루션 시스템 교류에 집중하고 있다.
조광연 예탁원 해외사업부 부장은 "지금까지 이란과의 경제적 교류는 은행과 기업들 중심이었지만 이번 행사를 계기로 금융투자업계도 교류의 첫 물꼬를 텄다"며 "국내 금융투자 시스템의 직접적인 수출은 물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다양한 자본시장 기법을 활용해 이란에 진출하는 국내 기업의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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