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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손의 고독한 내면 '환상적 안무'로 그려

리뷰- 댄스 뮤지컬 '가위손'


그에겐 참 묘한 구석이 있다. 그의 손을 거치면 낡은 것이 새 것이 되고 구태의연한 것이 신기한 것으로 빛난다. ‘백조의 호수’가 그랬고 ‘호두까기인형’이 또 그랬다. 그래서 그의 신작을 그토록 원하고 기다리는지도 모른다. 비극적 우화였던 팀 버튼의 영화 ‘가위손’은 안무가 매튜 본의 손길을 거치면서 한 편의 환상 동화로 탈바꿈했다. 19일 LG아트센터 무대에 올려진 가위손은 철저하게 대중적인 취향의 공연이다. 예술성을 내세운 그런 현대무용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원작 가위손의 그 우울한 색채는 우아한 파스텔 톤으로 변했다. 조금은 가볍지만 감동을 위한 무게는 그래도 남아 있다. 백조의 호수에선 남성 백조를 등장시킨 파격성이, 호두까기인형에선 고전적 스토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참신함이 돋보였다면 이번 가위손에선 상징성이 두드러진다. 날카로운 가위 손을 달고 다니는 주인공 에드워드는 아웃사이더의 상징이다. 인간이면 누구나 한번쯤 느끼게 되는 주변인으로서의 외로움의 전형. 영화 속에선 언어라는 효과적인 표현 수단이 있지만 말이 없는 댄스 뮤지컬에선 관객과의 소통이 쉽지 않다. 주변인 에드워드의 고독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매튜 본은 무대 상황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바베큐 파티’나 ‘크리스마스 연례 무도회’ 장면에서 주인공 에드워드는 짝을 찾지 못하고 혼자다. 화려한 재즈 선율과 스윙 리듬 속에서 펼쳐지는 군무 속에서 에드워드는 군중들 사이를 외롭게 배회할 뿐이다. 하지만 매튜 본은 가위손을 그저 비극적 우화로 매듭짓진 않았다. 1막 마지막 ‘토피어리 정원’ 장면에서 에드워드는 사랑하는 여인 킴 보그스와 2인무를 펼친다. 극중 내내 그의 손을 감싸는 차가운 가위는 킴과의 이 첫 댄스에서만큼은 관객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극 중 현실 속에서 과연 에드워드가 킴의 손을 잡고 있을지 아닌지는 관객들의 상상에 맡겨진다. 하지만 적어도 매튜 본의 머리 속에서 에드워드와 킴은 손과 손을 맞잡았다. 비극적 우화가 환상 동화로 변하는 순간이다. 백조의 호수나 호두까기인형만큼은 아니지만 매튜 본의 천재성은 여전하다. 7월30일까지 LG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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