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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렁맨'에 대한 기대
입력2002-09-11 00:00:00
수정
2002.09.11 00:00:00
미국 등 선진국에서 중앙은행은 '썰렁맨(partypopper)'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이 별명에는 중앙은행에 대한 진한 신뢰감이 배어 있다. 썰렁맨은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었을 때 "내일의 일을 위해 파티를 마치자"며 참석자들을 쫓아낸다. 중앙은행도 경기가 과열조짐을 보이거나 물가불안이 심각하다고 판단할 때 금리인상 등을 통해 '악역'을 수행한다. 당장은 흥이 깨지니 불쾌하기 짝이 없지만 썰렁맨은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필수적인 존재다. 최근 들어 부동산가격 급등으로 물가불안 우려가 확산되자 한은의 금리인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은 홈페이지에는 연일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쇄도하고 있다. 심지어 국책은행 최고경영자조차 "한은이 금리인상의 시기를 놓쳤다"며 공박하기도 했다. 금리인상을 주장하는 이면에는 정부의 부동산안정화대책에 대한 불신이 짙게 깔려 있다. 일부에서는 부동산안정화대책에 대해 "소리만 무성했지 내용은 별다른 것이 없다"며 힐책하기도 한다. 양도세 감면대상 축소, 기준시가 인상, 보유과세 강화 등 각종 조치를 유심히 살펴보면 과연 부동산 투기를 잠재울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양도소득세 최고세율이 36%라고는 하지만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매매차익이 기대된다면 투기수요를 잠재우기는 어렵다. 이런 이유로 금리인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정작 재정경제부 등 경제부처는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윤철 재정경제부 장관은 최근 "지금은 경제 전반의 수요가 왕성하지 않은 상태"라며 금리인상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사실 금리인상은 경제 전체에 무차별적인 영향을 미친다. 부동산 등 실물자산에 대한 수요뿐만 아니라 기업경영에도 큰 영향을 준다. 특히 미국경제 등 외부환경이 불확실한 탓에 금리인상이 우리 경제에도 상당한 부담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그래서 정부의 미온적인 반응이나 대책은 연말로 예정된 대통령선거를 다분히 의식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정부도 물가안정을 위해 나름대로 썰렁맨의 역할을 해야 한다. 경제안정을 위해 썰렁맨은 한국은행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문재<정경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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