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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제 혁명] 2-3. 플라스틱 머니의 미래
입력2003-08-26 00:00:00
수정
2003.08.26 00:00:00
신경립 기자
잠시 과거를 돌이켜보자. 통근용 지하철 정액권과 명절 때 선물 받은 도서상품권, 주민등록증에 이르기까지 온갖 `종이`로 두둑하게 채워진 지갑 속에 신용카드 한 두장을 고이 모셔두던 시절이 불과 5~6년 전이다.
그러나 요즘 직장인들의 지갑에는 교통카드와 신용카드 두어장은 기본이다. 종이 상품권대신 카드형 상품권이 꽂혀 있고, 하다 못해 동네 빵집에서 발급하는 포인트 적립카드도 현금처럼 결제 가능한 수단으로 버젓하게 지갑을 메우고 있다. 교통카드로 출퇴근을 하고 물건은 신용카드로 구매하다 보면 현찰은 동전이나 지폐를 한 푼도 쓰지 않는 날도 많다. 벌써 개인의 경제활동을 `플라스틱 머니`가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까운 미래에는 모든 결제정보와 개인 신상정보가 하나의 카드에 담기는 스마트카드(IC카드)가 일상으로 파고들어 또 한차례 큰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플라스틱이 종이를 먹는다=최근 몇 년 동안 국내 신용카드 사용액은 무서운 속도로 늘어났다. 지난 3월 말 현재 발급된 카드 수는 1억483만장. 카드사의 연체 위기로 부실 회원을 퇴출시키고 신규 회원 모집을 사실상 중단하는 바람에 지난해보다 줄었다고는 하지만 국민 1인당 소지한 카드 수는 여전히 평균 4매를 훌쩍 넘는 수준이다. 5년 전인 98년 약 65조원에 불과했던 카드 사용액은 지난해 669조8,000억원으로 10배 이상 늘어나 카드 사용에 관한 한 한국은 세계 1위 자리에 올랐다.
플라스틱 머니의 높아진 위상은 신용카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예금한도 안에서 신용카드 기능을 할 수 있는 체크카드와 상품권을 대신하는 선불형 카드인 기프트카드 등 종이를 위협하는 결제 수단으로 다양한 카드가 속속 생활 속으로 침투하고 있다. 특히 부실화 우려가 적은 체크카드는 카드사의 연체 위기 이후 빠른 속도로 확산되면서 올 상반기중 전년대비 50% 안팎 발급 수가 늘어났다. 기프트카드 역시 각 사의 치열한 각축전 속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최근 우리, 비씨카드 등 신용카드사들이 충전이 가능한 기프트카드를 선보여 종이 상품권을 위협하는 대체 수단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신기술 속속 도입=카드업계가 IC칩 기술을 선보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97년. 일부 카드사가 신용카드와 교통요금 후불 기능을 갖춘 `업그레이드` 신용카드를 처음 선보이고 IC카드 발급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 기점이다. 이후 각 카드사들은 새로운 결제기술 도입을 핵심 과제 중 하나로 인식하며 새로운 기술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001년에는 국민카드가 세계 처음으로 신용카드와 몬덱스 전자화폐 등이 부가된 다기능 IC카드(스마트카드)인 `트레이드 패스`를 출시, 선진 결제 시장 선도에 나섰다.
현재 각 카드사들은 모네타카드나 멤버스카드 등 이동통신회사와의 제휴 카드와, 몬덱스나 비자캐시 등 전자화폐 업체와의 제휴 카드를 비롯한 다양한 종류의 스마트카드를 선보이고 있다. 이 밖에도 직불카드와 전자화폐, 교통카드, 출입증을 겸한 카드나 의료정보카드 등의 기능을 카드 한 장에 담을 수 있는 스마트카드 발급 시스템도 구축됐다. 이미 단순한 `플라스틱 머니`의 범주를 뛰어 넘은 첨단 카드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앞으로는 할인 쿠폰이나 티켓 등을 탑재한 스마트카드도 선보일 예정이다.
카드사들은 또 스마트카드의 라이프 사이클에 맞춘 총체적 관리 시스템인 SCMS(Smart Card Management System) 개발에 착수, 본격적인 스마트카드 시대의 개막을 앞두고 경쟁의 발판을 다지고 있다.
◇신분증+신용카드+전자화폐+캐시백+할인쿠폰+…= 이처럼 카드사마다 다양한 업종과의 제휴를 통해 새로운 기능의 IC카드를 선보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일상으로의 보급은 아직 미미하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아직까지는 국내에서 사용되는 전자화폐의 70%가 선불형 대중교통카드이며, 스마트카드로 결제하는 `IC카드형 전자화폐`사용은 7.8%에 그치는 수준이다. 더욱이 올들어 불거진 카드사의 유동성 위기는 첨단 분야에 대한 카드사의 투자 여력을 급속도로 위축시켜 IC카드 보급이 사실상 교착 상태다.
그러나 IC카드 단말기 보급 등 인프라 구축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면 그 때부터 `카드`는 또 다시 엄청난 속도로 세대 교체를 하게 될 전망이다. IC카드는 궁극적으로 개인의 모든 결제 관련 정보는 물론이고 일상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통합하는 기능을 제공하게 된다.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전자화폐 등을 담아 일상적인 결제활동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이고 주민등록증, 사원증, 운전면허증 등의 기능도 담을 수 있다.
호환성이 높아지면 학원 수강증과 캐시백 포인트도 IC칩에 정보를 담아 사용할 수 있게 되며 할인쿠폰, 특정 업체의 회원권 등도 한 장의 카드에 기능이 부가된다.
결국 우리는 수 없이 발행되는 `플라스틱 머니`를 IC카드 한 장으로 통합해 사용할 수 있는 시기를 곧 맞게 되며, 그 자체로 경제 생활에 큰 변화가 초래될 전망이다.
<신경립기자 kls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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