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는 지난해에 이어 2008년에도 호황을 기대하고 있다. 차기 정부가 유류세 인하를 추진하고 있어서 내수 부문의 성장이 예상되는데다 중국ㆍ인도등에서 정유 제품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수출 부문도 선전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SK에너지ㆍGS칼텍스ㆍS-Oilㆍ현대오링뱅크 등 국내 정유 4사는 ▦고도화설비 신ㆍ증설 ▦화학부문 강화 ▦수출기반 확대 ▦해외 에너지 개발 강화 ▦마케팅 활성화 등을 통해 경쟁력 강화에 심혈을 쏟고 있다. ◇효율성이 수익성을 판가름한다=올해 정유업계 판도는 SK에너지가 SK인천정유 합병 시(2월 1일) 하루 정제능력이 111만5,000배럴로 늘어나 부동의 1위를 차지하게 된다. 그 뒤로 ▦77만 배럴의 GS칼텍스 ▦58만 배럴의 S-Oil ▦39만 배럴의 현대오일뱅크가 뒤를 잇는다. 정유산업은 장치산업이기 때문에 설비를 늘리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막대한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단기적인 수익률 경쟁은 결국 효율성 싸움에서 판가름 난다. 이에 따라 정유업체들은 기존 시설의 효율성을 높이는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SK에너지는 울산공장의 운영 노하우를 수출할 정도로 높은 효율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GS칼텍스는 최근 설비 증설 없이 하루 정제능력을 4만5,000배럴 늘리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S-Oil은 국내 정유업계서 가장 높은 고도화설비율(25.5%)을 앞세워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화학부문 신ㆍ증설 경쟁=정유사들은 수익성 측면에서 화학 분야에 대한 투자도 경쟁적으로 벌이고 있다. 화학분야는 규모는 정유에 비해 작지만 수익 측면에서는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유사들은 에틸렌, 프로필렌, 방향족 등 화학 제품 국제 수요가 폭발하면서 이 분야 설비 증설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앞으로 화학 분야가 정유 부문을 제치고 정유사들의 주된 캐시카우로 성장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S-Oil은 올해 1조4,000억원을 들여 온산공장에 연산 90만톤 규모 파라자일렌공장과 28만톤 규모의 방향족 공장을 짓는 ‘온산공장 확장 프로젝트’를 본격 진행한다. S-Oil 관계자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지속적인 수요 증가에 대비해 앞으로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정유사로 성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오일뱅크도 충남 대산공장 인근에 스페인 CEPSA사와 합작으로 연산 110만톤 규모의 방향족 공장을 지을 계획인데 연내 설비에 대한 설계가 완료된다. 현대오일뱅크는 방향족 시설 확충을 통해 수출 비중을 더욱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SK에너지는 중국 진출을 통해 숙원 과제이던 화학 분야 증설을 노린다. 18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중국 우한을 직접 방문, 시노펙과 나프타분해공장(NCC) 합작에 대한 논의를 마쳐 현재 실무 수준의 절차만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GS칼텍스는 지난해 화학 분야에 대한 증설을 마무리해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모습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어디로=올해 정유업계의 판도 변화를 가져올 최대 포인트는 현대오일뱅크 지분 매각 건이다. 아랍에미리트 석유회사 IPIC가 올해 안에 경영권과 함께 매각할 현대오일뱅크 지분 50%가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정유업계 판도는 다시 한번 요동칠 전망이다. 현재 물망에 오르는 인수 후보는 GS칼텍스, STX, 롯데(호남석유화학), 현대중공업, 미국계 석유회사 코노코필립스 등. 만일 GS칼텍스가 최종 인수자로 낙찰될 경우 SK에너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정제능력을 갖추게 된다. 다른 회사들이 인수할 경우는 정유 업계 신규 참여자로서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노릴 계획이다. 그러나 매각 작업이 순조로울 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거론되고 있는 회사들이 모두 욕심을 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정유사들이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어 결국 가격이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 정유사 고도화설비 '통 큰 투자'
SK에너지 2兆원 투입해 울산공장에 신설
GS칼텍스는 제3중질유분해시설 투자 시작
현대오일뱅크 "2011년 고도화비율 30%로" 고도화설비(중질유 분해시설)는 일반적인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벙커C를 재차 정제해 휘발유ㆍ나프타ㆍ경유ㆍ등을 얻는 장치로, 국제 석유제품 수요가 경질유 위주로 완전히 재편된 현재 시장 상황에선 반드시 필요한 설비다. 이에 따라 고도화설비는 ‘지상의 유전’이라고도 불린다. 국내 정유 4사는 고도화설비 신ㆍ증설을 위해 올해도 과감한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전세계 정유사들이 앞다퉈 고도화설비를 늘리고 있어 일부 핵심 부품은 지금 주문해도 2~3년 후에나 납품이 될 정도다. 따라서 고도화설비를 얼마나 빨리 완성하느냐가 정유사의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SK에너지는 약 2조원을 들여 울산공장에 짓고 있는 새 고도화설비를 올 4월 완공시킬 계획이다. 완공할 경우 고도화비율을 기존 12%에서 14%로 높인다. SK에너지는 SK인천정유의 인천 공장에도 올해 안에 고도화설비를 신설하기 위해 각종 인허가를 마쳐둔 상태이며 연내 설계 등에 대한 기본발주를 낼 계획이다. GS칼텍스는 지난해 제2중질유분해시설을 완공한 데 이어 올해 제3중질유분해시설 투자를 시작한다. 특히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이 평소 “고도화설비에 집중 투자, 정제 마진을 높여 성공한 인도 재계 1위 기업 릴라이언스를 닮아라”고 주문하는 등 이분야 투자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오일뱅크는 앞으로 5년 동안의 경영 청사진인 ‘비전 2012’를 세워두고 있는데 여기에는 고도화설비 증설이 핵심 내용이다. 현대오일뱅크는 2011년까지 현재 15.6% 수준의 고도화비율을 30%까지 늘린다는 계획아래 이미 증설을 위한 부지 확보를 마친 상태로 올해 안에는 설계 및 핵심 자재 발주를 시작할 예정이다. 새로 지을 고도화설비는 하루 5만2,000배럴의 정제능력을 갖출 예정이며 총 투자비용은 2조원에 육박한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고도화설비 증설을 통한 서해안 지역의 추가 개발로 국토 균형발전, 지역 발전 및 신규고용 창출 등도 예상된다”며 “고도화설비는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한편 일찌감치 고도화설비 확충을 끝낸 S-Oil은 국제적인 휘발유 품질규격 충족을 위해 올해부터 총 1,780억원을 투자해 알킬레이트 제조시설을 짓는다. 이를 통해 2009년부터 초저유황 휘발유ㆍ경유를 생산, 세계 어느 곳에서도 환경 규제에 걸리지 않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목표다. S-Oil은 이와 함께 온산공장 선박 접안 정체를 해소하고 안전성을 높이고자 부두 확장공사를 시작, 2009년까지 마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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