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7일 발표한 투자계획은 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 등 기존 사업에서도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 확고한 '글로벌 절대 강자'가 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지난주 대규모 투자를 통한 미래 신성장동력 확보 계획을 밝힌 데 이어 소위 '잘 나가고 있는' 기존 사업들에도 사상 최대 규모(26조원)의 투자를 단행해 2위와의 격차를 더욱 벌리겠다는 게 삼성의 뜻이기 때문이다. 특히 10년 만의 초호황을 맞이한 반도체의 경우 기존에 비해 무려 2배 이상으로 투자규모를 확대하며 현재 30%대 초반인 D램 시장점유율을 연말까지 4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은 누구도 따라 올 수 없는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반도체 투자, 계획보다 2배로 늘려=삼성전자는 올해 들어 반도체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경기가 호조를 보이는 상황에서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고 보고 반도체 투자를 대폭 늘리기로 했다. 총 투자금액은 메모리반도체 9조원, 시스템LSI반도체 2조원 등 11조원으로 연간 5조~6조원가량을 투자했던 예년의 2배에 달한다. 이건희 회장이 이날 기공식에 참석한 신규라인(16라인)을 건설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신규라인을 건설한 것은 지난 2005년 15라인 이후 5년 만이다. 16라인은 총 48만평 규모의 화성 캠퍼스 가운데 현재 가동되고 있는 31만평을 제외한 17만평 부지에 들어서며 내년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가 12인치 웨이퍼로 월 20만장 이상을 생산할 예정이다. 16라인은 완공까지 단계적으로 총 12조원이 투입돼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분야를 견인하게 된다. 삼성전자는 이와 함께 15라인을 증설해 올해 말까지 30나노급 D램의 생산 비중을 10% 이상으로 확대해 저전력ㆍ고성능 D램 공급을 확대해나가기로 했다. 또 공정개선 등에도 상당 금액을 투자할 예정이다. 한편 시스템LSI도 45나노 이하 공정을 적용하는 모바일 및 디지털 TV 등 시스템온칩(SOC) 사업과 파운드리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2조원대 투자를 추진하기로 했다. ◇없어서 못 파는 LCD 설비 확대, 대규모 R&D 투자도=LCD산업은 대형 LCD TV용 패널 수요가 늘어나면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보다 적극적으로 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2조5,000억원을 들여 탕정사업장에 8세대 LCD 신규라인(8-2 2단계)을 건설하기로 했다. 기판 기준 월 7만대 규모의 8세대 신규라인에 추가 투자함으로써 삼성전자는 총 4개의 8세대 라인을 확보하게 된다. 또 생산성 향상 및 기존 설비 유지ㆍ보수를 위해 2조5,000억원을 투자하는 등 총 5조원을 LCD에 투자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세트 부문에도 2조원을 투자해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스마트폰 및 3차원(3D) TV 시장 공략에 나선다. 시장조사기관은 가트너는 올해 스마트폰 시장규모가 3억대에 달하고 오는 2014년에는 7억대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윤부근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도 최근 올해 3D TV 판매 목표치를 기존 200만대에서 260만대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다. 시설투자와 별도로 연구개발(R&D) 투자에 8조원을 투입하는 것도 눈길을 끌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7년 R&D에 5조9,400억원을 투자했으며 2008년 6조9,000억원, 지난해 7조2,700억원 등 R&D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올해 투자를 당초 계획보다 대폭 늘림에 따라 고용 부문에서도1만명 이상이 추가로 창출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이를 통해 글로벌 사업 기회를 선점하고 기업이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AMOLED 대형화 주도=이와 별도로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의 투자 계획도 이날 함께 발표돼 주목을 끌었다. 삼성전자와 삼성SDI가 각각 지분 50%씩을 보유하고 있는 SMD는 오는 2012년까지 탕정에 위치한 디스플레이 단지에 총 2조5,000억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의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제조라인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SMD는 5.5세대(1,300X1,500㎜) AMOLED 기판을 월 7만대 양산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5.5세대는 최대 51인치 패널을 만들 수 있는 사이즈로 AMOLED TV용 대형 패널 생산이 가능해짐을 의미한다. SMD의 한 관계자는 "새로 만들어질 5.5세대 라인에서는 3인치 이상 모바일용 AMOLED를 주력으로 생산할 계획이며 대형 패널까지 효율적인 생산이 가능한 만큼 시장상황에 따라 전략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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