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산업이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금융과 관광ㆍ의료 등 서비스 산업의 육성을 촉진하려 한다.”(13일 이명박 대통령) “내수가 위축되면 성장에도 부정적이지만 일자리 감소로 서민생활에 어려움이 가중된다. 경기부양을 위한 선제 대책을 검토하는 이유다.”(14일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전면에 내세우기로 한 것은 역설적으로 그만큼 고용사정이 어렵다는 것이다. 올 2ㆍ4분기부터 경기둔화세가 예고되지만 일자리 증가율은 낮은 성장률에도 못 미치기 때문이다. 교역조건 악화 등으로 국민들의 호주머니 사정이 악화되는 마당에 신규 고용도 둔화되면 ‘7ㆍ4ㆍ7’ 공약도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 MB노믹스를 더 효과적으로 밀어붙이기 위한 뜻도 있다. 감세나 규제완화, 예산 확대 등을 통한 내수 부양을 강조하면 물가 불안을 우려한 야당 등의 반발이 거세지겠지만 일자리 창출을 전면에 내세우면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속내다. ◇국민 지갑 사정 악화 불가피=현재 물가ㆍ고용ㆍ실질소득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경제지표들이 갈수록 악화되는 실정이다. 기획재정부 그린북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의 경우 4월에도 국제원유ㆍ곡물가격 상승 등으로 3%대 중반을 보이면서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국민총소득(GNI) 증가율의 격차도 지난해 3ㆍ4분기 거의 비슷해졌다가 4ㆍ4분기에는 3.1%포인트로 벌어졌다. 경제성장만큼 국민들의 호주머니 사정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올 1ㆍ4분기 GDP 성장률은 5.8%를 기록하겠지만 GNI 증가율은 전 분기의 2.6%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일자리 사정은 더 열악하다. 취업자 증가폭은 지난해 3ㆍ4분기 29만6,000명(전년 동기 대비)에서 4ㆍ4분기 27만9,000명, 올해 1월 23만5,000명, 2월 21만명으로 둔화되고 있다. 올 3월에는 20만명 수준을 간신히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또 2월 실업률은 3.5%를 기록, 지난해 3월(3.5%)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7ㆍ4ㆍ7’ 공약 달성에도 비상등=임기 5년간 300만명의 일자리 창출을 공약하고 올해 35만개 일자리를 약속한 것에 비하면 기대치를 훨씬 밑도는 수치다. 더구나 이는 참여정부 때보다 줄어든 것이다. MB 정권으로서도 다급한 처지로 몰릴 수밖에 없다. 현재 취업자 증가폭 둔화는 민간소비 제약, 투자 위축, 고용사정 악화 등의 악순환을 일으키고 있다. 성장률 둔화에다 ‘고용 없는 성장’까지 이어지면 MB정부의 목표인 선진화도 어렵다. 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지금 같은 저성장세가 이어지면 선진국과의 소득격차는 좁혀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진국과 비교해 한국의 성장둔화 속도가 지나치게 빠른데다 투자ㆍ민간소비 증가율이 GDP 성장률을 크게 밑돌면서 내용 면에서도 구조적인 취약성을 노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본ㆍ노동의 생산성 향상, 첨단 서비스업의 고도화, 해외소비의 국내 전환 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선진국과의 소득격차가 더 이상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다. ◇수출보다 내수에서 활로=이명박 대통령이 13일 기자회견에서 “세계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는 것에 비하면 대한민국은 오히려 형편이 낫다”고 말했다. 수출은 올해 목표를 초과 달성하겠지만 실제 경제 현상보다 내수가 더 위축되면서 일자리 창출이 문제라는 게 이 대통령의 시각이다. 해결책도 수출보다 내수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수출이 고용을 늘리는 한계에 도달했다”며 “의료ㆍ교육ㆍ관광 등 3대 분야에서 일자리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내수 부양을 위해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공격적인 재정 투입에 나설 방침이다. 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앙정부가 쓰고 남은 세계잉여금은 15조3,000억원. 이 가운데 지방교부세 정산과 국가채무 상환에 우선적으로 투입하면 4조8,000억원의 여유가 생긴다. 재정부 등에 따르면 세계잉여금 3조원을 재정지출에 쓰면 성장률은 0.2%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청와대와 여당은 추경 편성을 쉽게 하기 위해 국가재정법을 개정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하반기에는 내수회복세가 꺾이고 유가나 원자재 가격 상승세는 둔화돼 물가 불안이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가능하다면 내수 쪽을 진작시키면서도 장기적 성장능력과 관계된 연구개발이나 서민생활ㆍ고용확대 쪽에 예산을 투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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