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59 이하 74의 진행은 이 바둑의 하이라이트였다. 복기때 이창호는 이 부근에서 백의 승리가 거의 결정되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문제는 흑59였다. 그 수로는 참고도의 흑1에 무조건 하나 뛰고 보았어야 했다. 백2는 절대수일 것이다. 바로 그 자리를 흑에게 선수로 봉쇄당할 수는 없는 문제니까. 이렇게 중원 흑진을 넓혀놓고 흑3 이하 9로 두었으면 바둑은 이제부터였던 것이다. 실전은 백이 우상귀를 선수로 수습하고 대세점인 68에 선착하여 흑의 실리부족이 벌써 두드러진다. “창호형이 이 바둑은 절대로 안 놓칠 겁니다. 백74를 보고 김성룡이 단언했다. 백74는 보면 볼수록 빛나는 한 수였다. 가에 차단하여 공격하는 수를 노리면서 동시에 좌상귀 방면의 허점을 커버하는 한편 하변쪽 흑진이 부푸는 것을 멀리서 견제하고 있다. “이게 바로 일석삼조의 호착이라는 거 아니겠습니까.” 신이 난 김성룡9단이 계속해서 말했다. “만약에 창호형이 실족을 해서 한국이 우승을 못하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요. 예선 방식을 바꾸자는 제안이 나올 겁니다. 모든 기사들이 참가하는 예선 방식을 버리고 무조건 최강자로만 선수단을 구성하자는 제안 말입니다. 그렇게 되면 청소년 기사들이 얼마나 실망하겠습니까.” 한종진5단과 안달훈6단이 1승도 건지지 못하고 물러선 것을 빗대어 하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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