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 수익률은 전날 2.59%를 찍으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고 이날에도 2.60%를 기록하는 등 연일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고채 5년물, 10년물 금리도 전날 2.68%, 2.90%로 역시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국채 시장이 초강세를 띠는 것은 전날 유로존의 작은 나라 키프로스가 구제금융을 받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살아났기 때문이다. 지난주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연정 구성 지연으로 정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탈리아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강등하는 등 유로존 위기가 다시 부각되면서 안전자산인 국채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키프로스의 구제금융으로 유로존 위기가 다시 점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신흥국 국채로 돈이 몰리고 있다"며 "특히 최근 원화가 약세로 돌아선 상황이기 때문에 환 차익을 목적으로 한국 국채에 투자하는 외국인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도 국채 시장을 떠받치는 요소다. 지난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하긴 했지만 새 정부의 경기 부양 의지를 반영해 4월에는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여전히 시장을 지배하면서 외국인과 기관들이 국고채 매수에 나선 상황이다.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국고채 금리도 하락(국채 가격 상승)해 매매 차익을 노릴 수 있는 기회가 커진다.
증권가에서는 국내 원화 채권 시장의 큰 손인 프랭클린템플턴이 국고채 3년물 매수를 재개할 가능성도 높다고 보고 있다. 주로 투자 국가의 환 강세에 베팅하는 템플턴 글로벌 채권펀드는 전체 자산의 13~15% 수준으로 한국물에 투자하고 있다. 글로벌 채권 시장에서 템플턴 펀드가 차지하는 영향력이 큰 데다 한국 채권 보유 규모도 상당해 템플턴 펀드의 매매 동향에 따라 국내 채권 시장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다. 실제로 지난 2011년 9월 28일, 템플턴이 펀드 환매 대응 등의 이유로 2,530억원 규모의 3년 만기 국고채 9-2호를 매도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국내 채권금리는 15bp 이상 오르는 등 혼란을 겪었다.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펀드에 자금이 들어오는 데다 원화 강세가 점쳐져 매수 매력이 커졌다는 것이다. 홍정혜 신영증권 연구원은 "템플턴의 원화 채권 매수가 활발했던 2009~2010년에는 국고 3년 지표물에 보유가 집중됐고 당시 원화는 2008년 9월 금융 위기 이후 약세에서 회복되고 있었다"며 "지금은 2009년 당시와 유사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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