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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기계 팝니다" 매물 쏟아져

유휴설비 거래사이트 매각의뢰 건수 급증<br>일거리 없어 업종변경·해외이전등 잇달아<br>제조업 공동화→기초산업경쟁력 악화우려


경기도 시흥의 한 철강업체는 최근 공장을 평당 180만원에 팔고 설비도 고철 값 수준에 매각했다. 부천의 인쇄업체인 K사도 일거리가 없자 기계를 매도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운영 중인 유휴설비 거래사이트 파인드머신에는 제조업체들이 업종변경ㆍ해외이전 등을 위해 설비를 팔겠다는 사연이 급증하고 있다. 실제 이 사이트에 등재된 매각의뢰 건수는 올 2ㆍ4분기 2,506건으로 전년동기 1,871건보다 33% 급증했다. 한국 제조업의 설 땅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징후는 비단 이것뿐만이 아니다. 특히 최근 들어 제조업 공동화는 파죽지세로 치닫고 있다. 생산능력은 바닥권으로 하락했고 국내총생산(GDP) 기여율도 70%대에서 45%대로 속락했다. 이런 가운데 제조업 해외투자는 지속되면서 제조업이 사라진 곳을 잡초와 아파트가 메우고 있는 실정이다. 이원복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공식적인 통계자료는 나오지 않았지만 최근 설문조사 결과 제조업의 경우 5년 이내에 서비스업으로 전환하겠다는 비중이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며 “제조업 공동화는 부품ㆍ소재 등 기초산업의 경쟁력 악화로 연결되고 있다”고 사태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제조업, 왜 합니까’ =지난 2004년 창업 중소공장 승인건수는 597건. 2002년 1,715건의 3분의1 수준에 그쳤다. 외환위기 직후인 98년의 978건에 비해서도 60%선에 불과한 실정이다. 제조업 기피는 체질약화로 연결되고 있다. 경제의 기초체력을 나타내는 제조업 생산능력은 올 2ㆍ4분기 2.3% 증가에 그쳤다. 이는 11분기(2년9개월) 만에 최저치이다. 제조업 GDP 기여율은 2ㆍ4분기 45.0%로 50%대 이하까지 하락했다. 제조업 취업자는 지난해 429만명으로 반짝 증가했으나 올 1~8월 426만명으로 다시 내려앉았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최근 17개 상가단지 입주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매출액이 전년에 비해 50% 감소하는 등 대다수 제조업체가 근근이 경영을 유지해오고 있다. 경기는 완만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제조업은 매서운 찬 바람에 움츠러들고 있다. ◇떠나는 제조업, U턴 희망은 없고=중국 등 해외로 둥지를 옮기는 제조업체 행렬도 계속되고 있다. 제조업 해외투자 규모는 올 상반기에만 19억2,1000만달러를 기록했고 2003년 33억4,000만달러, 2004년 50억4,000만달러 등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암울한 것은 한국으로의 ‘U턴’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연구원은 “제조업 엑소더스의 경우 과거에는 저임금을 찾아 이뤄졌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시장을 찾아 진행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돈보다는 국내 내수 시장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보니 물건을 팔 수 있는 곳으로 옮기고 있다는 것. 공장 일부가 아닌 통째로 옮기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임경묵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장 일부가 아닌 전체를 이전하는 것은 큰 문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재계는 물론 노동계도 제조업 공동화 대책에 나섰다. 경총과 양대 노총은 오는 10월 초 열리는 ‘노사 대토론회’ 안건으로 ‘제조업 공동화’를 상정하기로 했다. 제조업 공동화는 기초산업의 위기로 연결되고 있다. 실제 부품ㆍ소재 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에서 한국은 96년 3.9%에서 2003년 4.4%로 소폭 증가에 그쳤다. 반면 한국이 주로 둥지를 옮긴 중국은 이 기간 동안 2.6%에서 6.4%로 우리나라를 크게 앞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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