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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대의 첼로로 담아낼 수 있는 다양한 음악세계와 정밀한 앙상블을 들려줄 무대가 마련된다. 꿈결 같은 화사함이 있는가 하면 몽환적이고, 끊임없이 낮게 울리며 감성의 무거운 구석을 슬근슬근 자극하기도 하는 첼로의 맛을 장마의 한복판에서 만끽할 수 있는 공연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베를린 필하모닉 단원들로 구성된 ‘베를린 필 12 첼리스트’내한공연이 그것. 이 공연은 2일(오후8시30분)과 3일(오후1시30분)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에서 열린다. 이들의 공연은 1992년, 96년, 2000년, 2002년에 이어 다섯번째지만 늘 객석이 꽉 메우는 등 만원사례를 연출한다. 멤버들은 물론 레퍼토리도 한결 젊고 밝게 관객들의 변화에 맞춰 연주하기 때문. 특히 지난 2002년에는 월드컵의 열기 속에 붉은 악마 티셔츠를 입고 앵콜곡을 연주하여 관객들의 열광적인 박수사례를 얻는 등 팬 서비스 면에서도 창조적이고 적극적인 매너를 보여줬다. 이번 내한공연에서도 이들의 젊은 열기를 만날 수 있다. 라틴 풍의 클래식은 물론 영화음악, 재즈, 팝송을 넘나드는 크로스오버의 세계를 들려준다. 여기에 ‘캐치 미 이프 유 캔’등 최근 개봉된 영화 주제음악까지 열두대의 첼로가 빚어내는 화음을 들려준다. 때를 같이해 불멸의 영화음악을 담은 음반 ‘As Time Goes By’(EMI)가 국내 출시된다. 이틀간 프로그램이 달라 이들이 들려주는 곡은 무려 30곡에 이른다. 첼로가 관현악악기에서 벗어나 독립 연주를 갖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스페인이 낳은 세계적인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가 1890년 바흐의 ‘무반주 모음곡’전 6곡을 초연, 첼로를 독주악기로 각광 받게 되면서부터다. 12인의 첼리스트 단체도 첼로로만 구성된 오케스트라를 꿈꾼 파블로 카잘스가 깊은 음과 높은 음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첼로만으로 카탈루냐에서 첼로를 위한 무도곡 ‘Sadana’를 작곡하고 32명의 첼리스트로 1927년 오케스트라를 조직한 것이 전신이다. 이후 1920년 율리우스 클렝겔은 12대의 첼로를 위한 찬가를 완성하고 친구 아르트르 니키쉬의 생일 축하곡으로 초연. 이후 50년 뒤 본 곡이 재발견됨으로써 1972년 베를린필의 첼리스트에 의해 녹음되고 이후 공연요청이 쇄도해 전세계 순회공연을 오늘날까지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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