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의 가구당 보험 가입률은 96.4%에 이른다. 지난 2008년의 97.7%, 2009년의 97.4%와 비교하면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거의 모든 가구에서 1개 이상의 보험에 가입해 있다는 얘기다. 양적인 측면만 보면 명실상부 '보험 선진국'이다. 하지만 이 같은 지표는 거꾸로 보면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국내 보험산업이 내수시장의 포화로 성장성이 둔화하고 있다는 뜻이다. 국내 보험사들이 해외로 눈을 돌려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내 보험산업의 틀을 깨고 글로벌 빅 플레이어(big player)로 나서기 위해서는 해외진출이 선결과제인 셈이다. 그러나 단순한 해외진출은 의미가 없다. 전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미 국내 보험사들은 10여년 전부터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시장에 앞다퉈 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아직 성과는 미미하다. 실제로 삼성생명과 대한생명ㆍ교보생명 등 이른바 '빅3' 생보사의 해외 현지법인 자산규모는 업계 총자산의 0.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여전히 연습기간을 거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내 보험사들이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을 구사해야 할까. 금융권 관계자들은 현지 회사의 인수합병(M&A)을 대안으로 제시하면서 주도면밀하게 해외진출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일본 보험사들은 외국계 보험사 인수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손보사인 도키오마린은 해외에서 20% 이상의 실적을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보험사들이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렸지만 현지 실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무턱대고 뛰어든 반면 일본 보험사는 철저한 시장조사와 정보수집 등을 통해 현지기업 M&A로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편 성공적인 해외진출을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비전이 필수조건으로 꼽힌다. 단기간에 수익을 거두겠다는 단기전략으로는 초기 투자에 따른 손실을 감내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해외진출은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추진해야 하지만 국내 보험사들은 2~3년 안에 성과를 내야 하는 최고경영자(CEO)의 단기성과에 치우치다 보니 기대 이하의 성과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준비된 진출'에 대한 중요함을 지적하는 시각도 많다. 이승준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지 사정에 대한 철저한 사전조사가 선행돼야 하며 장기적 비전 아래 해외진출에 따른 초기의 고정비용과 투자비용으로 인한 손실을 흡수할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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