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시화산업단지 내 화학업체 D사의 원자재를 실어 나르는 화물차 운전수 P씨(36)는 월곶입구 삼거리에서 월곶IC 입구를 지나칠 때면 항상 신경이 곤두선다. 도로면의 요철 탓에 얼마 전 핸들을 놓친 적이 두어 번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일부 지역의 지면 침하로 도로 바닥이 들쭉날쭉한 데가 적잖다”며 “덧씌우기라도 해서 노면을 빨리 보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낡은 인프라 때문에 반월ㆍ시화산업단지가 병들고 있다. 도로망을 비롯해 환경ㆍ복지 등 부실한 기반시설이 공단 입주업체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공장의 해외 이전을 부추기고 있다. 홍진기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단지가 조성된 지 30년이 지났지만, 수도권 입주규제 등으로 기본적인 인프라가 낙후돼 있다”며 “도로 정비 및 녹지공간 확충, 특정 업종의 전략적 클러스트화를 위한 지원센터 건립 등에 중앙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통사정 악화일로= 안산시청 부근에서 반월공단 내 휴대폰 부품업체 A사로 출퇴근하는 P차장은 아침마다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일성제약 삼거리까지 15분이면 될 거리가 1~2시간이나 걸리기 때문. 그는 “외곽순환도로를 타던 차량과 서울, 안산에서 오던 차량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정체가 말도 못한다”며 “특히 화물차와 섞이다 보니 매일 한두 건씩 사고가 발생하는 것 같다”고 혀를 찼다. 인쇄회로기판(PCB) 업체인 E사 L경리부장은 “가뜩이나 주차장이 없어 문제인데 공단 내 노선버스가 없어 다들 차를 몰고 다니다 보니 일방통행로나 이면도로에는 불법주차 차량이 넘친다”고 불평했다. 안내판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진입로, 가로등이 없는 이면도로, 교차로간 짧은 이격거리 등도 잦은 민원의 대상이다. 문제는 시화멀티테크노밸리 개발로 교통량이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어 물류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다는 점. 안산시가 공단 진입도로 건설이란 해법을 내놓았지만 공단 내 교통체증의 근본적 해결책은 못 된다. 이 때문에 소사~원시간 복선전철 노선을 시화단지까지 연장하는 등 연계 교통수단 확충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많다. 홍 연구위원은 “공업지구와 주거지구간에 대중교통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데다, 지방자치단체에 관리를 맡기다 보니 체계적인 지원이 어렵다”며 “중앙정부와 산업단지공단, 지자체간 역할분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영세업체의 아킬레스건 ‘환경투자’= 시화공단 내 도금업체 P사 K사장은 요즘 고민이 많다. 정부의 오염물질 처리규정이 강화되면서 질소ㆍ인 등의 배출량을 대폭 줄여야 하는 처지지만 관련 시설비용이 만만찮기 때문. 그는 “환경설비를 갖추는 데 2억~5억원 가량이 드는 것도 부담이지만 설치공간(50~150평) 확보도 쉽지 않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반월ㆍ시화공단 입주업체의 87%를 차지하는 50인 미만 소기업들에 이 같은 환경투자비용은 엄청난 부담이 된다. S기계 L부장은 “세금을 걷어 갔으면 업체로 환원하는 게 도리다. 공단 내 환경이 문제라고 많이 얘기하지만 환경개선분담금 지원은 너무 적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휴대폰 부품업체 L사 관계자도 “정부나 지자체의 환경 인식이라는 게 감시단을 보내 과징금을 매기는 게 고작”이라며 “개별 기업이 대처하기 어려운 만큼 환경개선 분야에 대한 예산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발상의 전환을 주문했다. 따라서 국가와 지자체가 폐수처리시설, 산업폐기물 소각시설 투자비용의 일부를 무상 지원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근로자 전용 주거시설, 문화시설 등에 대한 투자를 늘려 근로자들의 사기와 생산성을 높이는 데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반월·시화단지 문제점
=전체 안내도, 블록별 안내판 부족 =주차공간 확보 절실(주차공간 부족대수 1만5,000여대) =공단 진입도로 건설 등 도로 정비 필요 =단지 내 대중교통수단 연계(소사~원시간 복선전철 연장사업) 필요 =환경시설 개선자금 및 폐수처리기술 공동개발사업 지원 필요 =녹지공간, 문화복지시설 부족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