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모터스(GM)에 좋으면 미국에 좋다.” 세계 최대기업 GM의 미국 내 영향력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이 말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미측에 부메랑이 될 전망이다. GM이 직접 나서 미국이 한미 FTA 협상에서 중요하게 요구하고 있는 우리나라 자동차 세제 개편 주장의 허구성을 그대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미 정부는 GM마저 자동차 세제 개편에 등을 돌려 협상력 약화가 불가피하지만 의회의 강한 압박 때문에 마지막까지도 부당한 세제 개편 요구를 거두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GM은 왜 한국의 자동차 세제를 지지했나=미국 최대기업인 GM은 왜 자국 정부를 소위 물 먹이며 자동차 세제에 대해 한국 입장을 지지한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 입장에서 현 세제를 유지하는 것이 GM의 이익을 증대시키는 길이기 때문이다. GM이 미국에서 생산해 한국에 수출하는 차는 캐딜락이다. 캐딜락의 한국 내 인기는 바닥을 헤매고 있다. 지난해 262대가 팔려 국내 수입차 시장점유율이 0.65%로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올 들어서는 지난 2월까지 52대만이 팔렸다. 한국 수입차 시장 1위인 렉서스의 1,098대, 2위 아우디 981대, 공동 3위 BMW와 혼다 각각 950대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는 실적이다. 반면 GM이 51%의 지분을 소유한 GM대우는 최근 한국 내수시장 점유율이 급상승하고 있다. GM대우는 2005년 10만7,583대를 팔아 9.4%였던 시장점유율이 지난해 판매대수가 12만8,332대로 늘면서 11%를 기록하며 5년 만에 점유율 두자릿수를 회복했다. GM대우의 한 고위관계자는 “주력차종이 2,000㏄ 미만이 많고 전반적인 판매 및 수익을 따져본 결과 배기량 기준 세제가 가격 기준 세제보다 유리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세계적 관점에서 전체 이익을 따지는 GM 본사에서도 미국산 차의 한국 수출 상황과 GM대우의 국내 매출을 따져 배기량 기준 세제를 지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부당한 요구로 판명된 미측 자동차 세제 개편 주장=미 정부가 한미 FTA 자동차 협상에서 우리나라의 자동차 세제 개편을 요구하는 것이 ‘정당한지’ 혹은 ‘실익이 있는지’에 대한 비판은 8차례의 협상 내내 국내외에서 제기됐다. 사실상 완전히 개방된 국내 자동차 시장에 대해 미 정부와 의회는 자국 업계의 수출실적이 나쁜 것을 한국의 자동차 세제 등 비관세장벽 때문이라고 몰아붙였다. 미 의원 15명은 이달 초 조지 부시 대통령에 보낸 서한에서 한국 측 자동차 세제 개편 등 비관세장벽이 철폐되지 않으면 FTA가 체결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하며 한국 자동차관세는 철폐하되 미측 자동차관세는 미 자동차의 수출이 늘어나는 것을 봐가며 없애라는 황당한 주장도 내놓았다. 그러나 미국차의 국내 판매가 부진한 것은 품질ㆍ디자인ㆍ애프터서비스 등의 문제 때문이지 국내 시장장벽 때문은 아니라는 게 국내 완성차업계는 물론 수입차업계에서도 정설이다. 실제 렉서스를 앞세운 도요타ㆍ혼다ㆍ닛산 등 일본차와 BMWㆍ아우디ㆍ벤츠 등 유럽차는 매년 국내 시장에서 두자릿수 이상의 판매 증가율을 보이며 씽씽 달리고 있다. 더욱이 GM까지 나서 이를 공식 인정했으니 미측 주장의 허구성은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하지만 ‘GM에 좋은 것이 미국에도 좋다’는 오랜 공식마저 외면하며 미 정부는 유령이 된 정치적 주장을 되풀이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 무역대표부(USTR) 고위관계자를 최근 만난 정부 고위관계자는 “미 정부도 자신들 요구가 실효성이 없다는 걸 알지만 자동차세 개편이 10년 이상 된 정치 이슈이기 때문에 철회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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