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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사태 일파만파] "속임수 땐 혹독한 대가"… 기업 '준법·신뢰경영' 강화 계기 삼아야

■ 다시 화두로 떠오른 '윤리경영'

코리아 브랜드 인지도·품질 크게 개선됐지만

아직 임직원 윤리의식 글로벌 스탠더드 못미쳐

편법·불법 바로잡아 투명경영 제대로 실천할때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지난 7월16일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임직원들과 경영쇄신 실천다짐 선서를 하고 있다. 포스코는 경영쇄신안에서 윤리를 회사 운영의 최우선순위로 꼽았다. /사진제공=포스코


폭스바겐그룹이 배출가스 조작으로 위기에 직면하면서 국내 기업들 사이에 다시 한 번 '윤리경영'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단기 성과에 집착해 기술혁신이라는 '정도'가 아닌 속임수를 쓴 선택이 기업을 존폐 위기로까지 내몰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장과 국세청장을 역임한 백용호 이화여대 정책과학대학원 교수는 "폭스바겐 사태를 계기로 국내 기업들도 소비자를 기만한 대가가 얼마나 혹독한지 느끼게 될 것"이라며 "비윤리적인 기업은 존립할 수 없는 만큼 이제는 국내 기업들도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윤리경영을 제대로 실천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폭스바겐 사태가 아니더라도 2010년대 들어 국내 대기업들은 앞다퉈 투명·윤리경영 강화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해외 기업들과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브랜드 인지도와 품질은 크게 향상됐지만 상대적으로 임직원들의 윤리의식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못 미친다는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동국제강의 경우 다른 기업에 비해 준법지원인제도를 앞서 도입하고도 총수가 구속됐다.

폭스바겐처럼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행위까지는 아니더라도 국내 기업들의 비윤리적인 행위는 지금도 남아 있다. 지난해 발생한 한 홈쇼핑 업체의 납품 비리나 하도급 업체를 상대로 한 '갑질' 횡포, 올해 적발된 그룹 계열건설사의 비자금 조성 등이 대표적이다. 담합이나 협력사와의 불공정거래 관행도 여전하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5대 대기업 집단의 공정거래 위반 신고 건수는 모두 600건에 달한다.



기업들은 특히 품질의 대명사로 불리던 폭스바겐이 소프트웨어를 조작해 배기가스 배출량을 조작하는 편법·불법행위를 하다 브랜드 이미지 훼손은 물론 천문학적인 벌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만큼 임직원들의 윤리의식 제고와 내부 시스템 강화를 위한 전략을 다시 한 번 가다듬고 있다.

그룹 법무실을 준법경영실로 이름을 바꿀 만큼 준법경영을 중시해온 삼성그룹은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를 직원에 대한 도의적 책임 차원에서 해결하기로 한 만큼 보상 문제에 더욱 적극적인 자세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서 연비 과장 문제로 제재를 받았던 현대자동차그룹은 품질경영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폭스바겐 사태로 반사이익이 기대되지만 본질은 연비 향상과 친환경기술 개발에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연비 과장 문제는 다소 오해가 있었지만 결국 관건은 기술혁신과 품질 개선밖에 없다"면서 "올해 새로 도입한 투명경영위원회 등을 통해 윤리·준법경영에도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이 복귀한 SK그룹은 불공정·비윤리행위를 신고하면 보상해주는 제도를 운영하는 등 그룹 전반의 윤리경영을 한층 강화하기 시작했다. 각종 불공정행위에 대해 지적을 받아온 롯데는 15일 출범시킨 기업문화개선위원회를 통해 엄격한 잣대로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을 방침이다. 특히 롯데백화점·롯데마트 등 각 그룹사와 협력사 사이의 불공정행위를 근절할 방안도 집중적으로 모색할 계획이다.

포스코는 부정부패로 큰 비용을 치르면서 권오준 회장이 7월 기업설명회(IR)에서 직접 발표한 쇄신안을 바탕으로 강력한 윤리경영에 나섰다. 금품수수와 횡령, 성희롱, 정보조작 등 4대 비윤리행위에 대해서는 지위고하와 경중을 따지지 않는 '무관용(원 스트라이크 아웃)' 원칙을 적용한다.

박영석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해외에서는 기업이 법이나 비윤리적인 행동을 했을 때 집단소송 등을 통해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을 국내 기업들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절감했을 것"이라며 "윤리경영을 단기 이벤트성으로 하다가는 폭스바겐을 능가하는 사태를 맞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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