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8월 마지막 거래일의 장 막판 한국 시장에 강한 베팅을 하며 증시를 끌어올렸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외국인이 9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양적완화(QE3) 축소 이슈가 부각되기 전 신흥국에 투입한 자금을 상대적 안전지대인 국내로 서둘러 옮기고 있다고 해석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0.99%(18.82포인트) 오른 1,926.36포인트로 장을 마쳤다. 코스피지수는 장 마감 직전까지 외국인이 2,900억원가량의 순매수를 기록하며 1,920포인트선에 머물러 있었다. 장 마감 직후 외국인이 시간외거래에서 추가로 2,000억원이 넘는 매수 주문을 낸 영향으로 코스피지수는 단숨에 6포인트 가까이 더 뛰어올랐다.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 2월20일(5,830억원) 이후 6개월여 만에 최대 규모인 5,016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이틀간 외국인은 국내 시장에서 1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쓸어담았다. 반면 기관은 464억원어치를 순매도했고 개인은 4,394억원어치를 내다팔며 전날과 이날을 합쳐 9,547억원의 차익매물을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9월 QE3 축소 이슈가 부각되기 전 신흥국 시장 가운데 안정성이 높은 국내 시장으로 강하게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달 인도와 인도네시아 금융위기 우려가 수면위로 떠오른 가운데 미국의 시리아 공격에도 국내 시장이 건재한 체력을 과시해 펀더멘털에 대한 신뢰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김주형 동양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008년 이후 QE가 시작되면서 인도네시아 증시는 5배, 인도 4배, 태국은 3배가량 올랐지만 국내 증시는 2배 오른 후 횡보를 이어갔다"며 "비차익매수가 이어지는 것은 개별 업종보다는 전체 지수에 베팅하는 투자로 다음달부터의 QE3 축소가 일어나기 전 상대적으로 덜 오르고 안정성이 높은 국내 시장으로 외국인이 자금을 이동시키고 있다는 뜻"이라고 평가했다.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투자전략팀 이사도 "최근 여러 글로벌 이벤트가 일어나면서 기초체력이 튼튼한 국내 시장의 매력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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