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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용평가 ‘빅3’ 시장 독과점 체제 무너지나
입력2003-06-08 00:00:00
수정
2003.06.08 00:00:00
이병관 기자
무디스, S&P, 피치 등 이른바 `빅3`국제신용평가기관의 독과점 체제가 무너질 것인가.
이들 3개 회사가 다국적 기업은 물론 주권 국가의 경제 신용을 평가하면서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왔던 신용평가에 대한 `국가 공인`타이틀이 박탈당할 위기에 처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소수 특정 회사에만 배타적으로 부여하는 `국가공인신용평가사(NRSRO) `제도 폐기를 검토하고 있는 것.
7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SEC는 신용평가사들에 대한 감독 업무를 아예 포기하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거나 아니면 규제 조치를 더욱 강화해야 하는 지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그동안 `신성 불가침`처럼 여겨졌던 3대 기관의 성역이 무너지고 자유 경쟁체제 시대가 도래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미 정부의 공인제도가 폐지되면 법으로 시장 지배를 보장 받아온 이들 3개사는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 불 보듯 뻔하다. 피치가 지난 4월 국제신용평가시장 감독 시스템 개편 관련 의회 청문회에서 “공인제도는 신용평가의 질을 고려했을 때 바람직한 제도라고 본다”며 강력히 현 체제를 옹호한 것은 이 같은 위기감을 반증하고 있다.
오랫동안 국제신용평가 시장은 금융ㆍ자본시장을 주무르는 미 SEC가 이들 3개사에만 국가공인 자격을 줌으로써 3분할 구도가 고착돼왔다. 그 덕분에 이들 `빅3`가 2조달러를 웃도는 국제신용평가 시장의 90% 이상을 독식했다. 그러다 SEC는 지난 2월에 가서야 캐나다의 민간 신용평가사인 도미니온 본드 레이팅 서비스에 4번째로 자격을 부여했다. 도미니언 본드는 SEC에 공인 신용평가사 자격 신청을 한 지 2년만에 승인을 얻어냈으며, 10년 가까이 자격 신청을 하고 있으나 아직 승인을 받지 못한 회사들이 수두룩한 상황이다.
그러나 지난 2001년말 엔론 회계 추문으로 `빅3`의 공신력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국제신용평가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S&P와 무디스, 피치는 모두 엔론이 파산보호 신청을 내기 불과 며칠 전까지 `투자적격`등급을 부여, 투자자들의 비난이 집중됐다. 이후 업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정부의 `공인 자격증`제도로 인해 높아진 신용평가 시장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경쟁을 자유화함으로써 신용평가사들의 경쟁력과 투명성을 제고시켜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돼 오고 있다.
<이병관기자 come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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