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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와 차한잔] 장병우 LG오티스엘리베이터 사장
입력2002-03-05 00:00:00
수정
2002.03.05 00:00:00
"기업도 올림픽선수… 꼭 메달따야죠"
"기업은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다."
장병우(56) LG오티스엘리베이터 사장은 "이제 기업이 국내에서 경쟁하는 '전국체전' 시대는 끝났다"며 "LG오티스를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회사로 만드는 데 온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장 사장은 특히 "최고 경쟁력을 바탕으로 현재 세계 엘리베이터 업계 7위에 머물고 있는 현주소를 오는 2005년에는 5위로 바꿔놓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좋은 징조들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세계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동남아ㆍ러시아ㆍ중남미 시장에 대한 수출목표를 10% 이상 초과 달성했고 서남아 시장에서는 점유율 60%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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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지금까지의 수주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나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엘리베이터의 핵심부품인 구동기를 자체 개발, 독일 오티스공장에 역수출해 새로운 가능성을 열기도 했다.
장 사장은 "시장의 특성에 맞는 제품을 세계시장 공략의 전면에 내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고급 건축물에 잘 어울리는 차세대 엘리베이터 '젠투(Gen2)'와 아파트시장을 겨냥한 'SIGMA(시그마) 엘리베이터', 고급빌라ㆍ오피스텔ㆍ호텔ㆍ백화점 등을 타깃으로 하는 분속 420㎙급 초고속 DI(Distributed Inverter) 엘리베이터가 대표적인 제품이다.
LG오티스는 특히 해외시장에서 올해부터 'SIGMA'라는 독자적인 브랜드를 사용, 기존 LG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던지는 것을 계기로 세계시장 공략을 더욱 가속화하기로 했다.
장 사장은 "생산능력ㆍ기술력ㆍ품질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며 "동남아ㆍ서남아ㆍ중남미 등 틈새시장과 최대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시장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힘줘 말했다.
그에게 경쟁상대는 밖에만 있지 않다. 오티스의 세계 200여개 현지법인ㆍ합작사들이 협력업체이면서 모두 경쟁업체이기 때문.
장 사장은 "LG오티스의 해외시장 공략이 본격화되면 오티스도 내부의 경쟁상대가 될 수밖에 없다"며 "공정하고 발전적인 경쟁을 통해 더욱 강한 회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 사장이 최근 부쩍 신경쓰는 경영방침 가운데 하나는 '안전'이다. 자칫 사고가 발생하기 쉬운 제품을 생산하는 만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것. 더구나 직원들이 생산현장에서 생명을 잃거나 다쳐서는 절대 안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장 사장은 이것이야말로 기업이 가져야 할 인간존중의 기본철학이라고 말한다. 때문에 그의 작업복 가슴에는 항상 'ALL SAFE'라는 배지가 달려 있다.
장 사장은 지난 99년 11월 LG산전의 엘리베이터 사업부문과 오티스(OTIS)의 합작사인 LG오티스를 세운 후 2년여가 지난 지금, 이전보다 더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매출을 끌어올리고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것뿐 아니라 선진 경영기법을 현장경영에 투영, 투명하고 합리적인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발벗고 나섰기 때문이다.
장 사장에게 지난 2년은 '변화와 적응'의 시기였다. 그는 "임직원들이 외국기업과의 합작으로 인한 '문화적 쇼크'가 만만치 않았다"며 "이 같은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은 커뮤니케이션"이라고 강조했다. 조직을 운영하고 조직원들과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마다 대화와 협력으로 이를 해결했다는 것.
대화와 협력을 강조하는 그는 오티스 본사가 마련한 행사에서 LG오티스가 짧은 기간에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묻는 질문에 "첫번째는 커뮤니케이션, 두번째도 커뮤니케이션, 세번째도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같은 커뮤니케이션은 사내뿐 아니라 고객과의 관계에서 더욱 큰 힘을 발휘한다고 장 사장은 귀띔한다. 커뮤니케이션이 회사의 이미지와 제품에 대한 신뢰를 만들고 고객으로부터 경영에 관한 생생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는 것.
또 정보의 흐름은 단계가 많을수록 정보의 가치가 희석되거나 부풀려질 수 있기 때문에 수시로 사원ㆍ과장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회식이나 모임에서 그는 임원보다는 사원들에게 관심을 보여 자신감을 불어넣고 생생한 그들의 생각을 듣는다.
그는 경영진이 해야 할 역할은 임직원이 회사라는 테두리 내에서 해야 할 것과 해서는 안될 행동의 범주를 정해주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자녀가 건강하고 올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부모가 가르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를 바탕으로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리더십이라고 말한다.
임직원들이 겪은 문화적 쇼크 역시 국내 기업에서 요구받던 윤리규범이나 안전수칙 등 행동과 의식의 범주가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으로 바뀌면서 발생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합작 초기 사내 커뮤니케이션 언어가 영어로 바뀌면서 임직원들이 어려움에 빠지자 그는 명쾌한 답을 던져줬다. 그는 "미국사람이 한국말을 잘 못하듯이 한국사람이 미국말을 유창하게 할 수 없다는 걸 상대방도 알고 있다"며 "자신감만 있으면 통한다"고 지적했다.
장 사장의 좌우명은 '우보(又步)'다. 흐르는 물이 썩지 않듯이 쉼 없이 걸으면서 일하면 권태와 정체가 없다는 뜻.
'전국체전 선수'가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탈바꿈하는 날이 머지않아 다가올 것이라는 강한 자신감을 그의 눈빛에서 읽을 수 있다.
조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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