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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위피'
입력2002-09-04 00:00:00
수정
2002.09.04 00:00:00
정보통신부가 차세대 이동통신의 핵심전략 중 하나로 야심차게 추진해 온 한국형 무선인터넷 플랫폼 '위피'가 안팎으로 위기에 몰리면서 존망의 기로에 서 있다. 안에서는 정부에 등이 떼밀린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위피를 채택할지 말지 미적거리고 있고 수백개의 컨텐츠 공급업체(CP)들은 벌써 넉달째 이어지는 정부와 이통사간 지루한 줄다리기에 혼란스럽기만 하다. 정부는 당초 이달부터 '전기통신설비 상호접속기준'에 위피를 의무적으로 채택하도록 해서 국내 사업자들에 드라이브를 걸려고 했으나 통상압력이라는 암초에 부딪쳐 힘없이 포기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설상가상으로 밖에서는 중국 제2의 이동통신 사업자인 차이나유니콤이 최근 위피의 라이벌인 미국 퀄컴사의 '브루'를 채택하기로 결정했다는 '비보'마저 날아왔다. 이미 세계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한 브루가 거대한 중국 시장을 한입에 삼키지 않을까 했던 우려가 서서히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CDMA 원천기술을 틀어쥐고 있는 퀄컴은 연간 2억달러 가까운 로열티를 바치는 한국을 최고의 봉으로 여겨 로열티를 한푼도 못 깎아준다고 버티고 있다. 그리고 이제 차세대 무선인터넷 플랫폼까지 퀄컴의 손아귀에 쥐어 지내야 할 지 모를 처지에 놓였다. "어떻게 2년 동안 중국 진출을 준비해온 브루와 아직 상용화도 안된 위피를 단순 비교해서 실패라고 단정 지을 수 있습니까." '상용화도 안된 위피'를 국내 사업자들에게 사실상 강요하고 있는 정통부의 입장이라고 믿기에는 다소 앞뒤가 맞지 않는다. '준비된 브루'에 밀려 그렇게 쉽게 중국시장을 내 줄 요량이었으면 왜 위피 도입을 꺼려하는 국내 사업자들의 목만 죄 왔을까.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어떻게 위피를 국내 표준으로 정착시켜 세계시장으로 나갈 것인지에 대한 똑 부러진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통상압력 때문에 위피 채택을 의무화하는 게 어렵다는 해명도 힘없는 정부의 궁색함만을 느끼게 한다. 위피는 미국과의 복잡한 통상문제와는 별개인 단독안건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끌려 다니고 있다. 기껏 힘들여 완성해 놓은 차세대 무선인터넷의 청사진이 정부의 추진력 부족으로 점점 볼품없이 퇴색해가고 있다는 지적을 단순한 기우일 뿐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
김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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