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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보완(재계제언새정부 새정책)
입력1997-12-23 00:00:00
수정
1997.12.23 00:00:00
권구찬 기자
◎부실기업 처리 빠를수록 좋다/무대책 방치땐 국가파탄 불보듯/정리절차법등 일원화·기간단축/거시안목 공정게임법칙 세워야「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한다」는 속담이 있다.
국가부도사태로 대표되는 현경제의 위기는 부도사태와 금융불안·환율폭등등 복합적 요인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무엇보다 한보에 이어 터진 기아사태 장기화와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 실종이 화근을 불렀다.
위기는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그 조짐이 있기 마련이다. 한보와 기아사태 등은 해당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경제 전체의 위기를 알리는 신호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에 대한 무감각은 정책부재와 맞물리면서 국가파산이라는 엄청한 재앙을 초래했다. 기아사태와 관련 법정관리와 화의를 두고 입씨름만 한채 장기간 방치함으로써 줄도산사태, 대외신인도 하락, 금융불안, 환율폭등에 이어 결국 IMF구제금융시대를 열게 했다는 것이다.
한보사태보다 파장이 휠씬 컸던 기아사태를 조기 수습했더라면 최악의 위기만은 막을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자조의 소리마저 들린다. 국가적 위기의 단초를 처음부터 싹을 잘라버려야 했다는 지적이다. 부실기업 처리와 관련해 정부의 조치는 부도유예협약을 내놓았다. 그러나 존폐의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이 조치는 결국 혼란과 불신만 가중만 가중한채 실패로 끝났다.
IMF체제하에서는 하루 빨리 부실기업을 처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강하다. 살릴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분명하게 가려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선택과 집중이 요구되는 셈이다. 부실기업을 예전처럼 무대책으로 방치해 둘 경우 경제위기의 골만 더욱 패일뿐이다. 법정관리나 화의를 신청한 기업들의 채권·채무가 동결됨에 따라 막대한 부실채권을 안고 있는 금융기관들이 생존의 화살을 다른 기업으로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BIS(국제결제은행)기준을 맞춰야 하는 금융기관들은 생존차원에서 여신회수에 나서 결국 기업의 줄도산사태를 야기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로 인해 IMF구제금융시대에 들어 한나그룹과 경남모직, 효성기계등 기업도산 사태가 더욱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부실기업 처리와 관련해 제도적 보완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파산법과 회사정리절차법등 기업 퇴출법의 일원화와 처리기간의 단축이 시급하다고 재계는 입을 모으고 있다. 부실기업들은 법정관리를 받기까지 6개월이상 「살지도 죽지도 않은 어쩡쩡한 상태」에 처하게 된다. 법원의 관리를 받는 부실기업의 자산을 모두 합칠 경우 재계 서열 4위 규모에 달한다.
혼신의힘을 다해 달려가도 시원찮은 판에 이같은 부실기업은 국가경제 전체에 엄청난 부담이다.
전경련등 재계단체들은 부도유예협약등 산재되어 있는 부실기업 처리관련 제도를 포괄하는 「기업갱생지원특별법」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또 도산방지 특별상담실이나 파산법원 등 기업도산 상담및 처리 전담기구 설치도 시급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당장 필요한 것은 구조조정 특별법 제정과 조속한 시행이다. 기업퇴출과 진입장벽 철거, M&A제도 활성화·부실기업 인수에 대한 세제혜택 등이 요체다.
부실기업 처리와 관련된 제도정비는 특정기업을 겨냥하거나 단기적 목적달성에 초점을 두어서는 안된다. 게임의 법칙이 작용해야 하고 무엇보다 투명성이 요구된다. 산업 전반의 구조조정이라는 거시적 안목이 바탕에 깔려야 한다.<권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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