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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아시아, 세계경제의 희망

세계 경제를 다양한 승객들이 탑승한 대형 유람선에 비유해보자. 이 유람선의 일등객실은 부유한 선진국들이, 이등칸에는 개발도상국들이, 그리고 값싼 지하 객실에는 처음부터 빈곤하도록 '운명 지어진' 저개발 국가들이 차지하고 있다.거대한 빙산에 부딪히는 일 따위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고려해본 적이 없는 이 유람선은 배의 안전에 상당히 무신경하다. 배의 밑부분에 작은 틈들이 생겨 이곳 저곳이 부식되고 있는 사이 갑판 위에서는 호화로운 파티가 벌어지기도 한다. 1997년에서 99년에 발생했던 아시아의 외환위기가 이와 같은 케이스다. 타이, 한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들에서 새기 시작한 물이 '갑판' 위까지 올라오고 나서야 서구 국가들은 서둘러 새는 구멍을 틀어막기 위해 부랴부랴 나섰다. 이후 이러한 위험이 잠잠해지자 일등실을 차지하고 있는 부유한 나라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또 다시 흥겨운 파티를 시작했다. 배 전체의 안전과 보수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무심한 채 말이다. 그러나 미 증시 다우지수의 폭락이 위기수준으로까지 치닫게 되자 서구 선진국들의 '잔치'도 끝난 듯 보인다. 전쟁의 어두운 그림자가 경제 전반에 드리워지고 있는 미국의 경우 우선 그러하다.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는 은행ㆍ기업의 부실 증가, 특히 회계부정 관행 등 기업 경영의 문제들은 위험수위에 달한 상태다. 소비자들이 집안으로 숨어 들면서 연말을 앞둔 쇼핑가도 한산하기 그지없다. 여기에 미국의 한 고위관리가 최근 "걱정 말라, 미국의 금융 시스템은 건전한 상태"라고 발언, 역설적이게도 미 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과거 전례를 볼 때 정부 관료의 이러한 멘트는 오히려 '불길한 전조(Bad Sign)'가 된 적이 많았기 때문. 굳이 이처럼 미국의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 아니더라도 아시아 국가들이 자신들의 VIP고객인 미국에 대해 염려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과거 외환위기 당시 만일 미국의 수요마저 없었다면 이들은 더 큰 어려움에 직면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소비마저 얼어붙은 지금, 아시아 국가들은 어떻게 난관을 헤쳐 나갈 수 있을까? 이등실과 지하객실을 위한 '구명 보트'는 충분히 준비되어 있는가?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기 전 먼저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오늘날의 아시아의 상황이 과거와는 크게 다르다는 점이다. 이들의 경제는 상당부분 구조적인 개편이 이뤄졌거나 그 과정 중에 있다. 중국은 정부 지출이 크게 늘면서 내수확대를 부추겨 미국 수요 부진에도 불구,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비단 중국 뿐만이 아니다. 한국의 경우 첨단 산업의 발전과 강도 높은 구조조정의 노력으로 인해 외환위기 이전의 상태로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인도의 자국 내 수요는 먹이를 찾는 커다란 코끼리처럼 어슬렁거리며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인도의 잠재적인 소비시장은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거대하다. 물론 일본은 아직 고전중이다. 그러나 아직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라는 사실만은 유효하다. 1998년 아시아 여러 나라들이 위기에 허덕이고 있을 당시 미국 등 서구 언론들은 "아시아 국가들이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서구 선진국들이 그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는 식의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엔론 사태 이후 사정은 달라졌다. '무지'에서 비롯됐던 그들의 거만도 이제는 상당히 위축됐다. 어쩌면 머지않아 미국은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왕성한 '식욕(소비)'을 자랑하는 아시아에 기대는 날이 올 수도 있다. 아직은 이러한 주장이 비현실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으나 아시아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회복하느냐에 따라 그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톰 플레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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