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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와 안정, 조화속 새 출발을
입력2003-01-01 00:00:00
수정
2003.01.01 00:00:00
노희영 기자
2003년 계미년 새해의 명제는 `변화`다. 해마다 새해 아침이면 새 출발을 다짐하지만 올해는 그 의미가 각별하다. 노무현정부의 출범이 예고하고 있는 커다란 변화에의 기대 때문이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변화한다. 변화는 생존의 법칙이다. 변화는 희망이자 두려움이다. 수용할 수 있는 사람에게 변화는 희망이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는 두려움과 불안이다. 변화가 급격할수록 두려움과 불안감은 더 커진다. 이것을 희망으로 대체시키는 것이 성공적인 변화를 이루는 길이다. 이 때문에 개혁에는 언제나 우선순위와 완급의 조절이 필요해진다. 새해는 어느 때 보다 변화와 안정의 조화가 절실하다.
짙어가는 경제 불확실성
국내외적으로 변화에 대한 희망과 불안감이 크기만 하다. 눈을 밖으로 돌리면 평화와 번영의 세기가 될 것이라던 21세기는 벽두부터 테러와 전쟁의 그림자로 어둡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북한의 핵 문제로 인해 한반도마저 긴박한 전쟁의 위험 속에 빠져들고 있다. 전쟁의 그림자는 경제의 불확실성을 심화 시켜 세계경제가 위축되고 있다.
국내적으로도 노무현 정부의 출범에 따른 변화에 대한 기대와 불안감이 교차하고 있다. 역대 정부들은 나름대로 변화와 개혁을 시도했으나 대부분 정치적 구호로서의 개혁에 그친 경우가 많았다. 대통령부터 개혁할 의지가 약했고, 제도적 개혁 보다는 인치적 개혁에 의존했다.
올해 출범하는 노무현 정부는 그 점에서 이전 정부들과 확연히 다르다. 공허한 구호로서가 아니라 이념과 행동으로 뒷받침되는 제대로 된 개혁에 대한 기대를 갖게 된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정치적 역정은 낡은 관행에 대한 도전의 연속이었다. 그 같은 개혁에의 의지가 노무현 정부를 탄생케 한 원동력이다. 노 당선자는 자신의 개혁의지에다 민의에 부응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새 정부의 개혁은 질과 양에서 차별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개혁은 요체는 사회의 각 분야의 경쟁체제가 원활히 작동해 활력을 유지하도록 이끄는 데 있다. 우리사회에서 경쟁체제가 부실한 분야로 정치권, 공공부문, 노동부문을 꼽을 수 있다.
정치는 그 중에서도 가장 낙후된 분야로 꼽히는 만큼 철저하게 변화돼야 한다. 작년 말 대통령선거는 정치개혁의 희망을 보여주었다는데 가장 큰 의미다. 지역주의와 금권정치, 황제적 대통령 등 낡고 부패한 정치 관행들은 타파돼야 한다. 이는 돈이 들어가는 일이 아니다. 의지하나로 국민에게 봉사할 수 있는 일 임에도 정치인들은 기득권 유지를 위해 이를 외면했다. 노 대통령당선자는 낡은 정치관행의 타파를 행동으로 실천해온 드문 정치인이었다는 점에서 정치개혁에 큰 기대를 갖게 된다.
노사화합으로 경쟁 대비해야
공공부문의 개혁은 가장 실적이 뒤진 분야다. 모든 정권이 처음 출범할 때는 하나같이 작은 정부를 다짐했지만 임기가 끝날 쯤이면 예외 없이 이전보다 커져 버렸다. 규제의 칼을 움켜쥐고 밥그릇 챙기기만 유능한 공직사회는 개혁돼야 한다.
대북관계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 출범하기 전부터 새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는 북한 핵문제는 변화를 거부하는 북한의 자세가 근본적인 원인이다. 포용은 나쁜 버릇을 굳히는 수도 있다. 변화를 위해 매를 들어야 할 때는 들어야 한다.
노동운동가 출신의 새 대통령을 맞아 가장 크게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 노동개혁이다. 노조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노조가 과도하게 목소리를 내는 나라가 한국이다. 집단이기주의와 초법적 투쟁으로 개혁의 발목을 잡고 경영을 힘들게 하는 노조는 개혁돼야 한다. 강한 노조가 아니라 합리적인 노조가 되어야 한다.
정부와 기업과 노사가 한 몸이 되어 국제경쟁에 대응해 나가야 한다. 새 정부는 오히려 노동운동에 대한 두터운 이해를 바탕으로 노동개혁을 주도적으로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민간개혁은 민간 자율로
민간분야의 개혁은 철저하게 민간에 맡기는 자세가 요구된다. 정부가 개입을 해야 할 경우라도 가급적 최소화 해야 한다. 민간분야는 이미 국내적인 경쟁 차원을 넘어 국제경쟁에 노출돼 있다. 글로벌 기준에 맞추지 못하면 생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민간분야에 대한 정부의 어설픈 개혁시도가 하이닉스 반도체라는 실패작을 만들어 냈다. 정부는 개혁에 있어서 민간보다 결코 우위에 있지 않다는 자각이 필요하다. 자기 개혁을 게을리 하면서 민간 개혁을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바른 순서가 아니다. 정부의 개혁이 실패한 원인도 여기에 있다. 정부는 철저한 자기 개혁을 통해 민간에게 개혁의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기업활동은 개혁에 못지않게 안정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개혁과 안정의 조화를 말할 때 민간의 개혁은 민간 자율에 맡기는 것이야 말로 안정의 중요한 요소다.
서울경제는 이 같은 시대의 요구 속에서 변화와 안정이 조화를 이루는 개혁이 되도록 감시자와 조언자로서의 역할을 견지하고자 한다. 변화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절대다수가 공감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모두에게 불편과 비용만 치르게 하는 개혁은 되풀이 돼서는 안 된다. 국민 모두가 변화의 수혜자가 되는 개혁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새해의 다짐으로 삼는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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