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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버섯과 독버섯

『송이버섯 좋아하십니까. 어떤 버섯은 먹으면 죽는 독버섯이고, 또 어떤 버섯은 몸에 좋다느니 하며 없어서 난리인데 우리 인간이 어떻게 그것을 구별하기 시작했는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어릴 적 「청산가리의 맛은 아무도 모른다」는 우스개 소리를 들은 적이 있 다. 어떤 과학자가 청산가리의 맛을 후세에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한 숟가락을 먹었지만 그 맛을 적지도 못하고 그냥 죽었다는 이야기다. 어쨌든 독버섯을 먹으면 무지하게 고통을 받다가 죽었을 것이 확실하니 글자도 없던 그 옛날에 「이런 버섯은 먹어도 되고 저런 버섯은 먹으면 큰일 난다」고 하는 사실이 전해지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우리의 조상들이 죽었을까. 하지만 이런 과정을 거쳐서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버섯과 식용식물에 관한 지식이 만들어진 것은 확실하다. 즉, 먹어보고 죽고 그러한 과정이 식용여부에 관한 지식을 확립해 나가는 방법이었던 것이다. 이런 과정을 영어로 「BRICOLAGE」(브리콜라지)라고 한다. 사전에는 「도구(방법)를 닥치는대로 사용하여 만들기(만든 것)」라고 풀이되어 있다. 또 경영전략에 관련된 책에는 「전략의 유연성을 위하여 브리콜라지가 필요하다」고 적고 있다. 즉 현재의 경영방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과거부터 내려온 고정된 경영방식을 택하지 않고 시행착오를 통해 끊임없이 개선된 형태를 찾아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현대는 워낙 빨리 발전하기 때문에 과거의 경험 중 미래를 판단하고 개척하는데 도움이 되는 분야는 극히 적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것이 정답이라고 말하면 그것이 바로 구세대이며 패러다임을 바꾸지 못한 사람이라는 뜻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의 관행이나 규정에 얽매이지 말고 탄력적인 자세로 여러가지 시도를 통하여 새로운 규칙을 발견하는 것이 필요하고 그것이 브리콜라지라는 얘기다. 애벌레는 날지 못하고 기어다닌다. 그렇기 때문에 애벌레는 기어다니는 기준으로 세상을 볼 수 밖에 없다. 먹을 것을 찾는 방법, 적을 피하는 방법도 기어다니는 자신이 기준인 것이다. 그러나 그 애벌레가 허물을 벗고 나비나 잠자리가 되면 날아다니게 된다. 날아다니면 세상이 바뀌어 보이고 세상을 사는 방법도 바뀌게 된다. 우리는 지금 아날로그 시대의 허물을 벗고 디지털이라는 날개를 달고 있다. 게다가 인터넷이라는 봄바람이 불면서 막 돋아난 날개를 받쳐 주어 이제부터는 날아야 하는데 아직도 기어다니던 시대의 기준으로 세상을 보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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