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과 소비 트렌드 변화가 해외 SPA(제조ㆍ유통일괄화 의류)에 날개를 달아줬다.
유니클로·자라(ZARA)·H&M 등 해외 SPA 브랜드 '빅3'는 한국시장에 진출한 이후 연 매출이 평균 60%이상 증가했으며 지난해에는 사상 처음으로 '빅3'의 총 매출이 1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추정된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해외 SPA 3대 브랜드인 유니클로(에프알앨코리아), 자라(자라리테일코리아), H&M(에이치엔엠헤네스앤모리츠)의 최근 회계연도 매출액 합계는 총 7,988억원으로 전년보다 60% 증가했다. 이들 기업의 영업이익은 882억원, 순이익은 679억원이었다. 전년 대비 각각 37%, 31% 가량 늘어난 수치다.
특히 자라를 운영하는 자라리테일코리아의 최근 회계연도 영업이익은 106억원으로 전년보다 151%나 증가했다. 매출은 2,038억원으로 82% 가량 뛰었다.
이들'빅3' 가운데 가장 늦은 2010년 한국시장에 진출한 스웨덴의 H&M도 폭발적 성장세를 자랑했다. 지난 2010년 국내에 진출한 H&M은 매년 평균 68% 가량 커지며 지난해 89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134억원, 당기순이익 110억원으로 각 68%, 80% 신장했다.
H&M 관계자는 "파리콜렉션에 독자적으로 제품을 선보일 정도로 디자인 경쟁력이 있으며 합리적인 가격, 다양한 스타일 제안이 가능하다는 점이 젊은 층에 어필한 것 같다"며 "올 봄 5개 매장을 추가로 열 정도로 정도로 소비자 반응이 폭발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해외 SPA 브랜드 가운데 국내에 가장 먼저 발을 들여놓은 유니클로도 최근 회계연도(2011년 9월~2012년 8월) 매출액이 5,049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54% 증가했으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20%대 신장률을 웃돌았다.
유니클로는 롯데쇼핑과 일본 패스트리테일링의 합작법인 형태로 지난 2005년 한국에 진출했으며 현재 전국에 96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대부분의 매장이 서울에 집중돼 있는 자라와 H&M에 비교하면 지점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유니클로는 올해 울산, 거제, 대전 등 지방 매장 5곳, 교외형 매장 1곳을 개점할 계획이어서 조만간 100개를 돌파할 전망이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꾸준한 소재 및 제품 개발로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높아 재구매가 이어지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겨울에는 히트텍, 여름에는 에어리즘 등 대표 상품을 떠올리게 된 것이 매출 신장의 일등공신"이라고 말했다.
한편 스파오와 미쏘(이상 이랜드), 에잇세컨즈(제일모직), 탑텐(신성통상) 등 4대 토종 SPA 브랜드도 적극적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어 국내 SPA 시장 확대에 일조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스파오 1,000억원, 미쏘 800억원, 에잇세컨즈 600억원으로 집계됐다. 탑텐은 매출액이 공개되지 않았다. 이 같은 매출 실적은 이들 브랜드가 판매하는 제품이 한 벌에 평균 3~5만원 정도이며 고가 상품이 없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주목할만한 성과다.
지난 2009년 국내 1호 SPA로 출발한 스파오는 2009년 100억원에서 2010년 400억원, 2011년 850억원을 돌파해 3년 연속 세 자릿수의 매출 증가세를 이어왔다. 지난해는 1,000억원을 돌파, 18% 가량의 신장률을 보였다. 미쏘도 2010년 200억원으로 시작해 2011년 600억원, 2012년 800억원으로 덩치를 키워오고 있다. 이들 두 브랜드는 연내 매장 10개를 추가로 열어 매출을 더욱 키울 방침이다.
지난해 2월 시장에 참여한 에잇세컨즈는 작년 10개월 가량 6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제일 늦게 들어온 탑텐은 지난해 6월부터 현재까지 매장 45개를 열었으며 연내 70개로 확장할 예정이다. 매출목표는 1,500억원으로 이랜드 2개 브랜드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같은 급성장세에 힘입어 올해 국내 SPA 시장 규모는 3조원을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예측된다. 5,000억원대 규모였던 2008년 이후 5년 만에 6배로 증가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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