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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손들어준 국민연금] 주가향방·합병 시너지 고려… 해외자본 국내기업 줄공격 부담도

■ 찬성 배경은

'통합 물산' 주주권익위에 외부전문가 3인 참여키로

주주친화정책도 긍정 영향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10일 서울 논현동 국민연금 강남사옥에서 투자위원회를 열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대한 의결권 행사 문제를 논의했다. 국민연금은 이번 결정의 파장을 감안, 결과를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다. /권욱기자

장고를 거듭한 국민연금이 10일 삼성물산(000830)과 제일모직(028260)의 합병 결정에 대해 찬성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은 삼성그룹 상장 계열사의 주가 방향과 함께 양사의 합병 시너지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다. 또 미국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와 삼성의 대립 속에서 국민연금의 결정이 국민 경제에 끼치는 영향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주주명부폐쇄일인 지난달 11일 기준으로 삼성물산에는 11.21%의 지분을 갖고 있고 제일모직에도 5.04%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통합 법인 합병에 반대해 주가가 떨어질 경우 국민연금의 투자금이 직접적으로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내부에서 상당한 우려감이 제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민연금의 반대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무산된다면 영향이 삼성그룹 상장 계열사 전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꼽혔다. 통합 삼성물산은 삼성의 3세 승계 과정에서 지배구조의 정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실제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삼성그룹의 상장 계열사에 총 22조원가량을 투자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개편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국민연금이 받을 타격도 만만치 않다는 게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또 국민연금은 만약 이번에 엘리엇의 손을 들어준다면 지배구조 개편의 과제를 안고 있는 국내 대기업들이 국제 자본의 공격 대상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신인석 자본시장연구원 원장은 "앞으로도 외국자본이 삼성물산과 같은 국내 대기업들을 찾아내 투자하고 계속 문제 제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법인이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국민연금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그룹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후 미래 먹거리 분야로 꼽히는 바이오 산업을 중심으로 오는 2020년까지 매출액을 60조원까지 끌어올릴 것이라는 경영계획을 내놓았다. 현대증권은 이 같은 삼성그룹의 경영계획과 관련해 합병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며 목표주가를 30만원으로 제시했다.

삼성물산이 발표한 주주친화정책 역시 국민연금 투자위원회의 표심을 흔드는 데 상당 부분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의 발표 내용에 따르면 주주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기 위해 운영할 주주권익위원회(거버넌스위원회)에 외부전문가 3인이 참여하게 될 예정이다. 주주권익위원회는 다양한 주주들의 이해관계를 두루 반영할 수 있도록 의견을 조율하는 기구다. 주주권익위원회 구성 결정은 국내 대기업 중 현대차에 이어 두 번째 사례다. 삼성물산이 개최하는 정기 주주간담회도 열린다. 사회공헌 기금 역시 연간 영업이익의 0.5%까지 확대해 운용할 계획이다.

신 원장은 "삼성그룹이 이번 엘리엇 사태를 계기로 주주친화적 경영을 위한 분명한 방안을 제시해 주주를 비롯해 임직원과 사회의 신뢰를 얻고 향후 대비책 마련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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