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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25년 상거래가 변한다] 2.인프라 세계 최고

“신용카드 매출전표 내러 일부러 읍내까지 나가지 않아도 돼 너무 편해졌어요.” 3년전 직장생활을 정리한 뒤 강원도 영월군에서 소규모 펜션을 운영하고 있는 최창규(55)씨. 그는 얼마 전 바꾼 신용카드 조회기 덕에 카드대금 수령이 훨씬 편해졌다며 환하게 웃었다. 최씨네 펜션은 은행이 위치한 읍내에서 차량으로 30분 가량 이동해야 하는 거리에 위치해 있다. 카드 조회기를 바꾸기 전까지 최씨는 카드전표를 별도로 보관했다가 읍내에 나가 장을 보다 짬을 내 은행에서 전표를 내고 2~3일 뒤에야 카드사로부터 대금을 받았다. 최씨는 “매출전표를 내러 매일 읍내에 나갈 수는 없고 그러다 보니 돈이 제때 안 돌아아 애를 먹었다”며 “이것 때문에 카드 받는 게 조금 꺼려졌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전자결제를 이용한 뒤 전표를 따로 모아 낼 필요가 없는데다 승인 즉시 2~3일내 대금이 들어온다며 만족해 했다. 지난 98년 65조원이었던 국내 신용카드 이용액은 지난해 600조원을 확실히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한국 신용카드산업이 불과 4년새 10배 가까이 성장한 이면에는 신용카드관련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한 카드사들의 노력이 뒤따랐다. 신용카드사들은 지난 92년 세계 최초로 카드 거래 이전에 승인 여부를 점검하는 전거래승인제를 실시했다. 97년에는 전자매입가맹점제가 도입돼 신용카드가 현금과 별 차이 없는 결제수단으로 자리잡는데 크게 기여했다. 97년 서울지역에서 도입되기 시작한 후불 신용카드는 지난해 수도권으로 확산된 데 이어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전국 주요도시의 교통문화를 획기적으로 변화시켰다. 이와 함께 카드사들은 전산투자를 확대, 모든 거래를 인터넷을 통해 가맹점, 회원 모두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비자 인터내셔널, 마스타카드 등에 따르면 지난해 신용카드 이용액 기준으로 한국은 미국에 이어 영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세계 4강에 들어선 것이 확실시된다. 절대적 기준이 카드 이용액과 달리 국가별로 상대적인 기준인 민간소득에서 신용카드 이용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따지면 한국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신용카드 이용국이다. 지난 2001년 국가별 명목민간소비 대비 신용카드 이용률에서 한국은 41.8%를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는 50%를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비해 2001년 미국과 일본의 민간소비대비 카드이용률은 각각 19.6% 및 13.0%에 그쳤다. 실생활에서 카드를 얼마나 활용하는가 하는 면에서 한국이 최고인 셈이다. 지난해 10월 방한한 세계 최대 신용카드사 비자인터내셔널의 말콤 윌리엄슨 회장은 “한국의 카드시장의 유례 없는 발전 속도에 놀랐다”며 “한국은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최첨단을 달리는 카드선진국”이라고 말했다.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하러 가는 길에 일부러 짬을 내 한국을 방문했다는 윌리엄슨 회장은 한국이 차세대 결제시장부문에서 세계 시장을 선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최창규씨네 펜션처럼 전자매입 시스템을 도입한 카드 가맹점이 전국에서 90%를 넘어섰다. 몇 년전까지만 3장으로 된 전표를 카드 위에 올려 놓고 볼펜 등으로 긁어 카드에 돌출된 정보를 확인하던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인프라가 획기적으로 개선 돼 이런 모습은 이제 구시대 유물이 됐다. 가맹점이 전자매입 시스템에 가입하면 거래승인된 매출전표를 은행창구나 카드사 지점에 제출할 필요가 없다. 통상 거래 다음날 전산으로 전표가 자동매입되어 수수료를 제외한 판매대금이 가맹점주의 계좌로 입금된다. 해당 매출전표는 카드사에서 사후에 수거, 자료보존 차원에서 보관하고 있다. 동남아시아나 홍콩 등의 경우 신용카드의 위조 또는 변조를 통한 범죄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카드 불법 이용 관련 범죄는 절도나 도난에 의한 사용이나 일종의 경제범죄인 불법할인, 일명 카드깡이 대부분이다. 이는 모든 신용카드 거래가 성사되기 이전에 위조 또는 변조카드 여부를 체크하는 전거래승인제가 실시 만 10년을 지나면서 확실히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지난 98년 249건, 2000년 900건이었던 카드 위변조 사고는 2001년 상반기에는 133건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전표 위변조 범죄는 98년 1,684건에서 2000년 289건, 2001년 상반기 195건으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동안 신용카드 이용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첨단 인프라로 카드범죄가 설 자리가 없어졌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오는 2006년여까지 위변조 및 정보추출이 사실상 불가능한 차세대 스마트카드로 모든 카드가 전환될 경우 카드범죄는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카드 가맹점도 빠르게 늘어 현금이 없더라도 신용카드 한 장만 챙기면 상거래에 불편함이 거의 없을 정도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국내 신용카드 가맹점은 약 200만 곳에 달한다. 인구 25명당 1곳이 카드 가맹점인 셈으로 주거지역의 작은 슈퍼마켓, 편의점에서도 신용카드 거래가 가능하다. 특히 지난해부터 국세청이 카드 결제를 거부하는 곳에 대해 형사고발까지 취하고 있어 가맹점은 더욱 빠르게 늘 것으로 보인다. 소비위축과 카드이용 증가세 둔화 등으로 올해 경영의 어려움이 예상되는 신용카드사들은 각종 경비를 최고 30%까지 줄일 계획임에도 불구 전산투자는 아끼지 않고 있다. 이는 수십여 카드사 및 은행이 각축하고 있는 카드시장에서 미래 경쟁력 확보의 원천이 인프라 투자에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깡ㆍ절도 뿌리 뽑는다” “첨단 시스템으로 카드 부정사용을 원천봉쇄 한다.” 지난달 하순 연말을 맞아 신용카드 이용이 급증한 가운데 새벽 1시경에 한 카드사 신용관리팀 야근자의 컴퓨터 단말기에 적색 경보가 켜졌다. 이 경보는 28세 여성 회원의 카드를 이용해 서울 강남의 고급 단란주점에서 수백만원대의 거래 요청이 들어왔기 때문에 자동으로 발령됐다. 담당자는 즉시 거래승인을 유보하고 해당 회원의 이동전화로 문자메시지(SMS)를 전송했다. 직접 신용카드 거래 요청을 했는지 문의한 결과 회원이 즉시 응답, 도난 카드임이 밝혀졌다. 카드사 직원의 신속한 조치로 신용카드 부정거래를 막을 수 있었고 카드 절도범을 현장에서 검거할 수 있었다. 신용카드사들이 이상 거래를 즉시 포착하고 카드 부정사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카드사마다 카드 결제 요청시 바로 이상징후를 포착할 수 있는 최첨단 시스템이 가동중이다. 이 시스템은 회원의 카드 이용실적을 다양한 형태로 분석한다. 이를 토대로 회원의 기존 이용행태와 다른 형태의 카드사용이 발생할 경우 컴퓨터에서 이를 자동으로 직원에게 통보한다. 여성회원 카드를 이발소나 안마시술소 등에서 사용하거나 카드 발급 이후 몇 년간 거래가 없던 업종의 가맹점에서 승인요청이 들어올 경우 담당 직원에게 바로 통보가 된다. 이상을 감지한 직원은 단 한번의 키 조작 만으로 회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사고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카드사들은 최근 급증하고 있는 카드깡 예방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카드깡의 경우 가맹점을 통해 범죄가 발생하기 때문에 가맹점 관리에 부쩍 신경을 쓰고 있다. 가맹점 유형별로 카드 이용 스타일을 분석, 사고를 감지한다. 예를 들어 커피숍에서 수 십만원의 결제요청이 들어온다든가, 짧은 시간 내에 한 카드로 여러 차례 결제 요청을 할 경우 등이 이에 해당된다. 카드깡의 경우 거래 규모가 크고 피해를 가맹점 및 카드사가 고스란히 떠 안아야 하는데다 경제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크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카드사들은 지난해 일부 대형 백화점의 거부로 쟁점이 된 상품권 카드결제가 반드시 허용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카드승인내역 통보 휴대폰서비스 인기 “카드 부정사용은 휴대폰으로 예방하세요.” 신용카드 승인내역을 휴대폰 문자메시지(SMS)로 알려주는 서비스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2000년말 처음으로 선보인 이 서비스가 신용카드 부정사용을 방지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카드를 이용해 대금을 결제할 때마다 자신의 이동전화로 SMS가 전송돼 결제금액과 가맹점을 바로 알 수 있다. 특히 전달된 승인 내역에 의문이 있을 경우 휴대폰의 `통화` 버튼만 누르면 바로 해당 카드사의 상담센터와 연결돼 편리하게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이 서비스는 자신이 사용하지 않은 금액에 대해 바로 확인할 수 있는데다 월 몇 백원의 이용료만 별도로 부담하면 되기 때문에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LG, 삼성, 국민, 비씨, 외환 등 주요 5개 카드사의 SMS 이용고객은 2001년 168만명에서 지난해 11월에는 449만명으로 2.6배나 급증했다. 특히 얼마 전 모 방송에서 SMS 서비스를 이용해 신용카드 절도범을 검거한 내용이 방송되면서 인기가 더욱 치솟고 있다. 단순히 거래 승인 내역만을 통보해주는 것에서 벗어나 SMS 서비스도 진화를 하고 있다. LG카드는 국내 승인 내역만을 통보해주는 데서 더 나아가 지난해 말부터는 해외에서 이뤄진 카드 승인 내역을 휴대폰 번호를 등록한 모든 회원에게 알려주기로 했다. 카드 부정사용의 경우 특히 해외 가맹점이나 인터넷 쇼핑몰 등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회원이 바로 신고만 하면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개인 신상정보에 변동이 있을 경우 바로 SMS로 알려주는 카드사도 있다. 삼성카드는 최근 대출신청, 카드발급, 연체 등 개인 신상정보에 변동이 생길 때마다 회원에게 통보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신용카드 발급이 늘어나면서 지갑에 여러장의 카드를 가지고 다니다 보면 도난이나 분실을 바로 알기 어렵다”며 “SMS 서비스를 이용하면 분실, 도난 등으로 인한 피해를 미연에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호정기자 gadget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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