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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랑의 자동차시장] (중) 글로벌 전략이 펼쳐진다
입력2001-09-23 00:00:00
수정
2001.09.23 00:00:00
세계車업계 전략기자 탈바꿈한국이 세계 자동차 업계의 아시아 전략기지로 떠올랐다.
세계 최대의 자동차 업체인 제너럴 모터스(GM)이 대우차를 인수, 아시아시장의 교두보를 확보했으며 르노와 닛산은 이미 지난해부터 르노삼성차라는 지역 거점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국내 유일의 순수 혈통인 현대ㆍ기아차도 내수시장에서의 절대 우위를 기반으로 자동차 선진국인 일본시장과 13억 중국시장 공략을 위해 한껏 힘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본선무대 격인 중국에서의 한판 승부에 앞서 한국시장에서 치열한 힘겨루기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 아시아 공략의 첫발
지난해 대우차 입찰에 참여했던 세계 메이저들은 모두 전략적 요충지로 한국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결국 대우차의 새 주인이 된 GM의 한 관계자는 당시 "중국은 소형차 시장에서 세계 최대 격전지가 될 것"이라며 "대우차가 갖고 있는 생산능력은 물론 중ㆍ소형차 부문의 강점이 글로벌 전략상 절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동차 보유 규모가 1,000만대를 넘어설 정도로 한국 자체 시장이 매력적인데다 13억 중국시장과 가장 근접해 있는 지리적 잇점을 놓칠 수 없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의 말에는 아시아시장 전진기지인 한국에서 튼튼한 뿌리를 내린 후 본격적으로 중국시장을 공략한다는 메이저들의 글로벌 전략이 담겨 있다.
지난해 진출한 르노삼성자동차는 국내 부품업체의 기술수준을 높이고 돈독한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제롬스톨 르노삼성차 사장은 "한국의 부품 공급업체들이 기술력을 높일 수 있도록 본사의 기술력을 지원하고 업체간의 경쟁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술력을 갖춘 현지 협력업체를 확보하는 것도 글로벌 전략을 성공시키기 위한 필수조건이라는 이야기다.
르노ㆍGM 등의 등장은 한국시장을 놓칠 수 없는 여타 메이저들을 자극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메이저들이 미국이나 유럽시장에서 펼쳤던 선진 마케팅 기법이나 금융서비스 등을 경쟁적으로 선보일 것"이라며 "한국시장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딜러시스템 접목을 시도할 가능성도 높다"고 전망했다.
◆ 글로벌 생산 기지로
대부분의 메이저들은 글로벌 전략의 일환으로 개발은 미주나 유럽에서 담당하고 생산은 현지 거대시장 주변에서 담당하는 '특화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 같은 전략은 메이저들이 진입한 일본에서 이미 검증되고 있다.
지난 96년 일본 마쓰다를 인수한 포드가 대표적인 사례.
포드는 마쓰다를 인수하면서 소형차 개발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포드 전체의 기술력을 향상시키는 한편 아시아 지역에서의 시장 점유율을 15~2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포드는 하지만 글로벌 네트워크 전략인 '포드2000'을 마련하면서 마쓰다를 현지 개발기지로 포함시키지 않았다. 오히려 마쓰다가 자랑해온 소형차 개발 부문을 유럽의 제품개발센터가 주관하도록 해 마쓰다를 사실상 현지 생산기지로 국한시켰다.
GM이 이번 인수 과정에서 강조했던 대우차의 전략적 역할과 파트너십 역시 아시아시장을 겨냥한 생산 전진기지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보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메이저들의 등장으로 국내 자동차산업이 국제 하청기지로 전락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 한국을 주목하는 메이저들
세계 자동차시장은 앞으로 10년간 1,000만대의 신규 차량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450만대가 아시아 수요.
특히 중국시장은 하강 추세를 보이는 유럽 및 미주시장의 수요 부족을 대체할 황금시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다만 중국은 생산기지로 부족한 요소가 많다. 기초 원부자재 공급능력이나 제조 노하우, 열악한 사회간접자본(SOC) 등 현지에 생산거점을 마련하기에는 아직 성숙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다. 중국 경제가 급성장하면 뒤따를 노동운동도 부담스런 요소다.
반면 한국은 일본과 비슷한 기술력을 보유한 값싼 우수 인력이 풍부하고 중국과의 물류 이동 거리도 20여시간에 불과한 매력 요소를 갖추고 있다.
대우차의 창원과 군산 공장의 경우 지리적 여건이 중국 진출기지로 손색이 없다는 점도 GM이 대우차를 인수하겠다고 결심한 주요인의 하나다.
특히 중국이 점차 관세를 인하하고 있어 한국에서 중국으로 자동차를 수출할 때의 걸림돌인 시장장벽 문제도 조만간 해결될 것이란 점도 주목거리다.
세계 자동차업계가 아시아시장을 대상으로 글로벌 전진기지를 마련하면서 중국보다 한국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다.
최원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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