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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래동 새 바람 소공인 2세들, "남들이 기피하는 일이라 기회 더 많아"

아버지세대 기술 이어받아 신세대 트렌드 입히면 승산<br>단순히 지원금 줄 게 아니라 젊은이 일하러 오는 여건 조성을

서울 문래동 소공인 2세인 이정현(왼쪽부터), 천종철, 이종훈, 김성회, 김기태 씨 등 5명 젊은이들이 소공인특화지원센터 앞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박재원기자

# 천종철(31) 씨는 부친이 평생 일군 로타리정공사에서 5년째 근무하고 있다. 열악한 근무여건과 고된 노동 때문에 젊은이들의 발길이 끊긴 문래동 일대에선 천 씨처럼 가업을 이어받는 경우는 흔치 않다. 하지만 그는 "남들이 기피하는 일이기 때문에 더욱 비전이 있다"며 아버지 곁에서 씩씩하게 일을 배우고 있다.

# 학창시절 방학 때면 아버지가 운영하는 경성기계에서 틈틈이 일을 돕던 김성회(30) 영업팀장은 대학졸업 후 아버지 회사의 영업 파트를 전담하는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간혹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아버지와 철저한 자료조사를 바탕으로 한 아들 사이에 의견충돌이 생기지만 서로 보완하며 점점 시너지를 내고 있다.

22일 기자가 찾아간 문래동 철공소 골목은 유난히 썰렁했다. 탱크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했던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었다. 이 일대 사업체 대표들은 중학교 졸업 후 기술을 배우기 시작해 35년 이상 금속가공업을 해온 기술자들이 대부분이다. 평생을 쇠를 깎고 다듬어가며 회사를 키워온 것.

안타깝게도 이곳은 기술을 이어받을 젊은이들의 발길이 끊긴지 오래다. 일손이 부족해 구인광고를 여러 곳에 내보지만 함께 일할 직원을 뽑는 일은 '하늘의 별따기'다.

상황이 이렇지만 아버지의 뒤를 이어 회사를 더욱 키워보겠다고 나선 젊은 2세들도 적지 않다. 이날 만난 천 씨와 김 팀장을 비롯해 김기태(보광금속ㆍ30) 대리, 이정현(한국정밀ㆍ26), 이종훈(영등포기어ㆍ24) 씨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아버지 세대의 기술을 이어받아 요즘 시대에 맞게 회사를 바꿔나간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실제 김 팀장은 아버지 회사 3년째 일하며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바꿔 나가고 있다. 그는 "힘들게 일하는 5명의 작업자들이 작업복을 매번 집으로 가져가 빨래를 하는 모습을 보고 최근 세탁기를 마련해 불편을 덜어줬다"며 "직원들 경조사는 물론 생일까지 챙겨주고 나니 작업장의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물론 모두가 처음부터 가업을 이어받겠다고 선뜻 나선 것은 아니다. 이정현 씨는 "기계과를 졸업 후 남들처럼 대기업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며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수명이 짧은 직장생활과 달리 이곳은 내 평생직업이 될 수 있는 회사"라고 설명했다.

반면 김 대리는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 가업을 물려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는 "다른 사람이 모두 하겠다고 나서는 것보다 오히려 지금이 우리한테 기회"라며 "재료상, 연마, 금속가공하는 모든 업체가 한쪽도 무너지지 않고 상생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부가 단순히 지원금을 주는 것이 아니라 젊은 사람들 유입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 씨는 "거래처에서 업무 때문에 회사를 방문할 경우에 주차공간이 부족해 불법주차 단속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며 "주변 인프라가 열악해 대화를 나눌 공간도 마땅하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종훈 씨는 "악취 가득한 30년 전 화장실이나 샤워시설 등이 부족한 것도 젊은이들이 찾지 않는 이유 중에 하나"라고 진단했다. 이 씨는 또 "소개팅을 나가서도 공장에 다닌다고 하면 시선이 곱지 않다"며 "자긍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사회적인 인식변화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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