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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라이프] '인터넷 경품사냥' 환상뒤엔 함정
입력1999-11-12 00:00:00
수정
1999.11.12 00:00:00
김상연 기자
박석진(21·대학생) 씨는 이른바 「사이버 경품 매니아」다.그는 인터넷에서 열리는 수 많은 경품 행사에 일일이 참가한다. 경품을 주는 회원 사이트에는 무조건 가입부터 한다. 줄줄이 꿰는 경품 사이트도 10개가 넘는다. 박석진 씨는 이런 노력이 결실(?)을 맺었는지 최근 한 경품행사에 당첨돼 MP3 플레이어를 받기도 했다.
요즘 한국의 인터넷은 「경품의 홍수」시대다. 지난해만 해도 컴퓨터와 휴대폰이 경품 행사의 단골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웬만하면 승용차다. 승용차 수십 대가 한꺼번에 경품으로 나온 곳도 있다. 주식과 땅까지 경품으로 나왔고, 곧 아파트까지 나올 분위기다.
요즘 웹사이트가 문을 열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경품 행사다. 집 안에서 마우스만 클릭하면 되기 때문에 참가하는 것도 쉽다. 하루에도 수십 개의 경품 행사에 참가할 수 있어 돈벌기가 어렵지 않아 보인다. 경품 행사에 참가해 보지 않은 사람과는 인터넷을 논하지(?) 말라는 우스개도 있다.
과연 인터넷 경품 행사는 이익일까, 손해일까.
경품 행사를 「광고 보면 돈준다」는 사이트들 같이 산술적으로 이익을 따지기는 어렵다. 복권처럼 누군가는 경품을 받는다. 역시 복권 같이 자기가 안될 확률이 훨씬 높다. 그래도 특별히 경제적으로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다. 운만 좋으면 자동차가 굴러떨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인터넷 경품은 천사와 악마의 얼굴을 동시에 가진 야누스다. 환상도 있지만 경계할 것도 있다는 얘기다.
사실 경품 행사의 해악은 금적적인 면이 아니다.
먼저 인터넷에 굴러다닐지 모르는 내 개인 정보. 대부분 경품 행사에 참가하면 나이, 성별, 주민등록번호, 전자우편 주소 등을 밝힌다. 경품 행사를 연 기업이 망하면 그 정보가 어디로 샐 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나완 상관없다고? 어느날 쓰지도 않은 신용카드 청구서가 날아올지 모른다.
경품을 받았다고 좋아할 것도 아니다. 경품 행사에 중독될 수도 있다. 어디 경품 행사 여는 곳이 없나 하고 인터넷을 뒤지는게 당신의 일이 될지 모른다.
가장 큰 문제는 경품 행사가 건전한 인터넷 기업의 발전을 막을 수 있다는 점. 경품 행사는 결국 돈많은 기업이 이기는 승부다. 한번 행사에 수억원이 들어가는 경품 행사를 감당할 만한 벤처기업은 많지 않다. 건실한 기업이 쓰러지고, 그 자리에는 돈만 많은 기업들이 대신 서 있을지도 모른다. 무분별한 경품 행사의 뒤끝이다.
인터넷에서 열리는 경품 행사는 결코 자선행사가 아니다. 네티즌에게 웹사이트를 알리고, 회원으로 끌어모으기 위해서다. 그러나 그 다음은? 제대로 된 인터넷 서비스라면 확실한 정보, 끈끈한 커뮤니티, 편리한 서비스로 네티즌을 계속 찾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이 한탕 하고 끝이다.
네티즌과 기업들이 경품 행사에만 열중한다면 한국의 인터넷은 경품과 함께 시작됐다가 경품 때문에 사라질 것이다.
오늘도 인터넷에는 수많은 경품 행사가 열린다. 그러나 지나친 경품 행사가 네티즌의 사행심을 일으키고, 건전한 벤처기업의 발전을 막는다는 지적이 높다.
김상연기자DREA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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