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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을 살리자] 떠나는 농촌 "사슬을 끊자"
입력2002-03-06 00:00:00
수정
2002.03.06 00:00:00
농산물가격 계속 낮아지고 가구당 빚 2,000만원 돌파"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고생하지만 벌어들이는 수입으로는 이자를 감당하기에도 벅차 빚만 늘어나고 있습니다.
몇 년전 친구들따라 도시로 가지지 못한 것이 지금도 후회가 됩니다." 경북 문경시 문경읍에서 남편과 함께 23년째 사과농사를 짓고 있는 주신복(44)씨는 지금 우리 농촌의 사정이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때보다 더 어럽다고 말한다.
1만4,000평 규모의 대농에 속하는 주씨지만 한해 매출에서 시설 투자비를 갚고 은행 대출금 이자를 내고 나면 남는게 없다는 것이다.
농사일과 집안살림으로 새벽 5시부터 밤 11시까지 중노동에 시달리는 농촌생활이 여자들에게는 너무나 힘들다고 주씨는 털어놓았다. 몇 년전 도시로 떠난 친구들이 뽀얀 얼굴을 하고 찾아왔을때는 "나도 떠나야 하나."하는 마음이 물밀 듯 밀려들었다.
우루과이 라운드(UR) 이후 농업개방 확대로 농산물 가격이 하락하면서 농업소득의 불안정이 심화되고 있다. 여기에다 의료나 교육 등 복지는 도시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이고 농업외 소득도 변변찮아 농촌을 등지고 도시로 떠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농촌공동체의 붕괴를 막으려면 농가소득 증대와 함께 복지향상을 통한 농촌의 삶의 질을 높이는 범정부 차원의 대책이 하루빨리 나와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 흔들리는 농업ㆍ농촌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94년이후 2000년까지 농산물 가격은 2.6% 상승에 그친 반면 농자재 가격은 9.9%, 농촌임금은 24.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WTO협상이 본격화되는 앞으로는 상황이 더 악화돼 2004년까지 농산물가격은 연평균 1.1%, 쌀 추가협상이 끝나는 2004년부터 2011년까지는 매년 1.8%씩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 결과 농가 평균 소득은 96년 2,329만8,000원에서 2000년에는 2,307만2,000원으로 되레 낮아졌다. 이는 도시가구의 평균소득이 2,583만2,000원에서 2,864만3,000원으로 10%이상 늘어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에 따라 96년 도시가구의 90.2% 수준이던 농가 소득은 2000년에는 80.6%로 10%P 가까이 후퇴했다. 반면 농가 부채는 96년 1,173만4,000원에서 2000년 2,020만7,000원으로 70%이상 늘어나면서 상환문제에 직면해 있다.
복지수준도 문제다. 의료와 보육, 문화시실의 90% 이상이 도시에 몰려있어 농촌에는 보육시설이 드문 실정이다.
주신복씨의 경우 지금 대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어릴 적에는 탁아시설이 없어 논두렁에 아이를 눕혀놓고 일을 하다가 뱀이나 개미 등 때문에 아찔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결국 주씨는 육아문제로 인해 둘째아이를 낳는 것을 포기하고 말았다. 이 아이가 고등학교를 갈 때는 읍내에 인문계가 없어 시내까지 유학을 보내는 바람에 자취비 등을 추가부담해야 했다.
게다가 주씨는 요즘 고된 농사일로 몸이 좋지 않은 상태지만 병원을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
바쁜 와중에도 잠시 짬을 내 가까운 보건진료소를 찾지만 그 나마 문을 닫아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 고령화로 경쟁력 약화
사정이 이렇다 보니 농촌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지난 70년 1,442만2,000명이던 농가인구는 99년에는 421만명, 2000년 403만명으로 줄었다.
이는 국내 인구의 10% 수준으로 프랑스 등 선진국보다는 높아 절대인구면에서는 적은 편이 아니다. 문제는 젊은층이 현저히 줄어들면서 농촌이 고령화하고 이 때문에 농촌의 경쟁력까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활동이 가장 활발한 20~49세의 농가인구는 70년 440만4,000명에서 30년만인 99년에는 132만3,000명으로 70%이상 줄었다. 반면 60세 이상 고령인구는 114만3,000명에서 135만6,000명으로 20%정도 되레 늘었다.
◆ 범정부적 대책 서둘러야
농업은 먹거리 생산이라는 1차적인 기능외에도 바쁜 도시인들에게는 아늑한 마음의 보금자리가 돼 주고 홍수방지와 수자원 함양 등 다원적 기능을 갖고 있다.
만일 젊은층의 이농으로 농촌 공동체가 붕괴되면 도시의 과밀화와 빈곤문제의 심화 등으로 사회적 비용이 커지게 된다.
이를 막으려면 범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대통령 직속으로 6일 출범한 '농어업ㆍ농어촌 특별대책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전문가들은 산업으로서 농업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전업농을 적극 육성하고 직접지불제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국내에는 논농업직불제와 경영이양직불제 등이 도입돼 있지만 지원단가가 터무니 없이 낮아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또 급격한 가격 변동과 자연재해로 인한 소득불안을 없애기 위해서는 재해지원과 작물보험 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그린투어리즘 등을 활성화해 농외소득을 높여야 한다.
이와 함께 농업정책 일변도에서 벗어나 농촌복지에 대한 투자도 늘려야 한다.
박대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사는 "농촌의 문제는 소득 뿐만 아니라 교육과 의료 등 복합적인 문제"라며 "이를 풀기 위해서는 농림부 외에도 교육인적자원부ㆍ보건복지부ㆍ행정자치부 등 범정부적인 종합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철수차장
고광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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