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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비서 한국행’ 조기수습 되려나
입력1997-02-19 00:00:00
수정
1997.02.19 00:00:00
임웅재 기자
◎북,어제도 “망명 막지 않겠다” 입장 표명/정부선 북중관계 고려 ‘3국경유 수용’ 비쳐북한이 17일 중앙방송에 이어 18일 평양방송을 통해 황장엽 노동당비서의 망명을 막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힘에 따라 황비서의 망명이 조기에 성사될 전망이다.
지난 12일 황비서의 망명요청에 대해 한국측의 납치극이라며 「응당한 조치」를 취할 것임을 경고했던 북한의 입장이 이같이 돌변함에 따라 「사회주의 혈맹」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던 중국의 운신 폭이 커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주중대사관 등에 북한입장 변화에 대한 관련국들의 평가를 파악토록 하는 한편 정종욱 주중대사, 김하중 외무장관특보와 당가선 중국외교부부부장 등의 접촉을 통해 중국측에 황비서의 자유의사 확인, 신병처리 협의를 서둘러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특히 『변절자는 갈테면 가라』는 북한 외교부대변인의 발언을 「황비서의 한국행을 허용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지 주목하고 있다.
황비서의 망명의사 확인과정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는 중국이 수용할 경우 유엔난민고등판무관(UNHCR)을 활용하는 한편 필요시 북한측 관계자의 입회도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중국측이 북한 외교부대변인의 발언에 대한 평가를 우리측에 표명하거나 황비서의 망명의사를 확인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유광석 외무부아태국장은 북한의 태도변화 시사로 중국의 일처리가 빨라질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것과 직접 연결이 될지 두고 봐야겠다』고 말했다.
유국장은 또 황비서의 제3국 경유 망명 방안과 관련, 『국제관례에 따른 가장 큰 원칙은 본인이 희망하는 데로 보내주는 것』이라며 서울행을 최우선적으로 추진하되 「사회주의 혈맹」인 북·중관계를 고려, 미국 등 제3국 경유방안을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중국은 자국내에서 탈북자 또는 망명자를 인도하는 것을 극히 꺼려왔다.
정부는 그러나 북한 외교부대변인의 발표가 우리를 혼동시키기 위한 심리전일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북한의 향후 행동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북한의 말 한마디에 정신이 팔려 교섭의 집중력을 저하시켜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한편 북한의 태도변화는 중국측이 물밑 접촉을 통해 황비서가 한국망명을 원하고 있고 중국도 이를 수용할 방침임을 전달한데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황비서가 체류하고 있는 북경주재 한국대사관 영사부건물을 감시하던 북한측 요원들중 상당수가 17일 철수한 것도 이같은 상황변화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북한전문가들은 평양지도부가 황의 망명을 체제위기와는 무관한 개인적 「변절」로 격하시켜 내부결속에 주력하고 미·중·일 등과의 외교관계 악화를 막겠다는 현실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황비서와 같은 거물급 인사의 신상변화를 더이상 숨길 수 없다는 인식도 작용했다.
이와함께 『(황비서가) 망명을 추구했다면 그것은 변절을 의미하므로 변절자는 갈테면 가라는 것이 우리 입장』이라는 북한의 태도는 이한영씨 테러사건과 연관지어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고위관계자는 『「변절자는 갈테면 가라」는 북한 외교부대변인의 발언에는 「변절자 황비서를 이씨처럼 반드시 처단하겠다」는 속내가 짙게 깔려 있다』고 말했다.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우려해 중국내에서 황비서를 해칠 수 없지만 황비서가 한국으로 들어가면 이씨와 같은 운명이 될 것이라는 경고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또 대남테러 등 북한의 과민반응을 방지하기 위해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 경수로부지조사단 파견과 같은 국제적 차원의 약속은 지켜나간다는 방침이다.
유외무장관은 18일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식량지원은 인도적 차원에서 황비서 망명사건과는 무관하게 예정대로 추진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통일원 고위당국자도 『경수로 부지조사단원들의 신변안전을 재확인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은 조사단 파견에 무게가 실린 것』이라고 말했다.<임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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