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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합병압력에 국민·하나은행장 '부담'
입력2000-11-14 00:00:00
수정
2000.11.14 00:00:00
정부 합병압력에 국민·하나은행장 '부담'
[2차 금융빅뱅 이것이 변수다] (3) 은행장의 입지와 판단
2차 금융구조조정이 한편의 드라마라면 은행장들은 지난 98년 1차 구조조정 때처럼 '주연급 배우'로 다시 무대위에 올랐다. 각본은 미리 나와있지만 주연배우의 '역량'과 '애들립'은 종종 극의 흐름을 바꾼다.
그들은 대주주와 정부로부터 나오는 고급 정보를 손에 쥐고 최종적으로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된다. 대주주와 은행 종사자들을 설득하는 것도 은행장의 몫이다.
그러나 은행장도 사람인 이상 합병 과정에서 객관적인 데이터만을 판단의 근거로 삼기는 어렵다. 은행장의 입지와 성향, 이에따른 판단이 의사결정에 중요하게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정부의 직접적인 통제권 밖에 있는 5개 우량은행의 은행장들이 대내외적으로 어떤 입지를 확보하고 있으며, 어떤 성향의 판단을 할 것인지가 매우 민감한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은행장의 입지=정부는 그동안 국민, 주택, 신한, 한미, 하나등 5개 우량은행장들에게 한결같이 합병에 적극 나서달라고 당부해왔다. 이 같은 정부의 채근에 대해 은행장들마다 느끼는 부담의 성격과 강도가 다르다.
예를 들어 금감원 부원장을 지낸 김상훈 국민은행장은 아무래도 금융당국과 교감의 폭이 클 수 밖에 없다. 국민은행은 민간은행이지만 정부 지분이 있는데다 행장 인사도 정부가 사실상 주도해왔다. 인사권자의 말을 무시할 수 있는 은행장은 없다. 급할 게 별로 없는 국민은행이 끊임없이 합병을 고민하고 서두르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만은 않다.
이인호 신한은행장은 재일교포주주측의 입장에 훨씬 충실할 수 밖에 없는 입장. 이희건 회장으로 대표되는 재일교포측은 신한은행의 임원 인사권을 확실하게 장악하고 있으며, 정부에 별로 아쉬울게 없는 처지. 신한은행이 쉽게 독자생존을 선언하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합병이 가시화되고 있는 하나은행과 한미은행은 좀 다르다. 물론 주주와 종업원의 이익, 중견은행으로서의 고객기반 한계등 여러가지 요인이 감안됐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종금'등의 문제로 코너에 몰린 김승유 하나은행장은 아무래도 정부 압력에 부담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신동혁 행장이 하나은행의 적극적인 구애에 느긋하게 대처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에 대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합병이후 은행장 역할'도 변수=구조조정 이후 합병은행등에서 어떤 역할을 맡게 될 것인지도 당사자인 은행장이 의사결정을 하는 데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다른 은행장도 마찬가지겠지만 비교적 정부의 구속력이 덜한 김정태 주택은행장이나 신동혁 한미은행장 등은 합병이후의 역할에 대해 내심 고민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물론 개인의 이해가 합병전략을 좌우하는 요인이 돼서는 곤란하지만, 팽팽한 균형상태일 때 그것을 깨는 요인으로는 작용할 개연성은 충분하다. 한미ㆍ하나은행의 합병과 관련해 이미 시중에 두 은행장이 '회장-합병은행장'을 나누어 맡을 것이며, 그 구도에 부담이 없기 때문에 의사결정이 쉬웠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돈 것도 같은 맥락.
또 일부 호사가들은 신 행장이 '합병실적'을 딛고 '한빛지주회사'로 자리를 옮길 가능성이 높다는 설도 흘리고 있다. 설과는 상관없이 은행장들이 자기 자리에 관심을 쏟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것 자체가 우리 금융계의 구조조정 환경 변수가 된다.
◇은행장의 상황판단='완전히 마음을 비운 은행장'이 나오지 말란 법은 없다. 그러나 마음을 비운다고 잘 되는 것은 아니다. 구자정 전 보람은행장은 하나은행과의 합병을 결심할 때부터 개인적인 욕심을 버렸던 것으로 비쳐졌지만, 사심없이 밀고 나간 결과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으로 엇갈리고 있다. 오세종 전 장기신용은행장도 마찬가지. 당시 상황을 너무 비관적으로 봤고, 국민은행과의 합병에 너무 빨리 승부를 걸었다는 아쉬움이 지금도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그런 점에서 현재 은행장들이 채택하고 있는 전략이 바람직한지는 지켜볼 일이다. 김정태 행장이 합병등의 추진을 유보하고 뉴욕증시에 주택은행을 상장부터 한 것이나, 신동혁 행장이 하나은행과의 합병쪽으로 기운 것 등은 아직 뭐라 평가하기 어렵다. 또 뒤이어 계속될 '선택'의 연속선상에 있을 뿐이다.
성화용기자
입력시간 2000/11/14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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