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잘못 키워서 그런 거죠?" 초등학교 1학년인 철이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로 진단을 받자마자 철이의 엄마는 눈물을 흘리며 자책했다. 아이의 ADHD 문제로 병원을 찾은 엄마들 대부분은 이처럼 자신이 아이를 잘못 키운 탓이라며 자책하곤 한다. 그리고 지금부터라도 양육을 잘 하면 아이의 증상이 사라질 수 있다고 믿고 싶어 한다. 하지만 ADHD는 기질적인 장애로 발생된 문제이지 부모의 양육태도 때문에 생기는 질환이 아니다. 지금까지 밝혀진 과학적 증거들 가운데 부모의 특정한 양육태도나 양육방식이 자녀의 ADHD 증상을 발생시킨다는 연구 결과는 없다. 다만 ADHD 아동의 부모 대부분이 양육과정에서 아이 행동을 컨트롤하기 힘들어 감정 조절에 어려움을 겪고 아이에게 지나친 간섭을 하게 되므로 마치 문제가 잘못된 '양육방식'에 있는 것처럼 비춰질 뿐이다. 이는 충동성ㆍ주의력결핍ㆍ과잉행동 증상을 보이는 ADHD 아동의 양육이 그만큼 어렵고 힘들다는 것을 반증하기도 한다. ADHD는 가정환경보다는 신경생물학적인 문제나 유전적 문제가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ADHD의 약 75~80%는 유전적인 이유 때문에 발병한다. 또 형제에서 25~30%의 발병률을 보이는 반면 비슷한 환경 속에서 자라났지만 다른 유전자를 가진 입양 형제의 경우에는 5~7%만 ADHD로 진단되는 현상도 ADHD가 양육이나 환경의 영향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증거다. ADHD 아동들의 뇌 구조와 기능이 보통 아이들과 차이가 있다는 것도 수많은 연구 결과를 통해 밝혀졌다. 미국의학회 정신과학회지의 연구 결과 보고에 따르면 ADHD의 뇌는 보통 뇌에 비해 전반적으로 대뇌 피질의 두께가 얇으며 그중에서도 전두엽 부위에 가장 문제가 있다. 즉 ADHD는 뇌 전두엽 부위 기능 장애나 신경전달 물질 부족, 또는 이상으로 유발되는 신경생물학적 질환으로 이해해야 한다. 뇌 기능 문제로 발생하는 ADHD의 근본 치료를 위해서는 약물요법이 기본이 된다. 약물치료에 쓰이는 '메틸페니데이트'와 같은 성분은 집중력에 관여하는 뇌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체계에 작용해 뇌기능을 활성화시킨다. 약물치료로 뇌의 성숙을 촉진시키기는 어렵지만 꾸준히 치료하면 정상적인 뇌와 큰 차이 없는 기능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