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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문화산책] ‘오렌지색 지붕’ 유감

우리나라 남해안은 다른 나라 어느 곳과도 비교할 수 없는 아름다움과 독특함이 있다. 작은 구릉을 하나 넘어도 다른 모습의 삶이 자리잡고 있으며, 바다와 육지가 새롭게 만나면서 또 다른 자연의 모습을 보여 준다. 얼마 전 함께 동행했던 한 외국인 여행자는 남해안의 긴 해안선을 비온 뒤 볼 수 있는 레인보우에 비유했다. 무지개의 색만큼 다양성의 아름다움이 그곳에 있음이다. 최근 들어 남해안이 변하고 있다. 곳곳에서 개발이 이루어지고, 예전에 없던 도로가 생기고 다리도 놓아지고 있다. 도시로 들어서는 길목에는 방문자를 환영하는 이색적인 조형물들이 들어서고, 각종 시설지구도 새롭게 조성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갈 때마다 늘 그곳에 있어서 옛정을 느끼게 해주는 해안 마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하지만, 변화에는 늘 아쉬움이 남는다. 해안선을 따라 오랜 동안 편하게 자리잡고 있던 한 해안 마을이 어느 날 갑자기 오렌지색 지붕으로 몽땅 바뀌어 놀라움을 준 적이 있다. 마을의 고유성을 찾기 위해서 색깔의 통일성을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왠지 제3자의 눈에는 낯설음과 부자연스러움이 느껴진다. 눈에 보이는 색깔만으로 고유성을 찾게 될지, 그리고 왜 그곳이 오렌지색으로 표현되어야 할지, 납득하기 어려운 의문들이다. 색깔로 드러나는 지역의 고유성은 프랑스 남부 지중해 연안도시들을 여행하면서 쉽게 볼 수 있다. 파란 바다색에 대조를 이루는 하얀 회벽집들은 한 쪽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여기에 고유한 지붕색과 건축양식으로 멋스러움을 더해주고, 이러한 모든 것들이 긴 시간을 거쳐 그들의 삶 속에서 하나의 독특한 도시문화를 만들어 낸다. 즉흥적이고 인위적인 정책으로 흉내는 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진정한 의미의 문화 만들기에는 역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 보다는 오히려 시간을 갖고 자신만의 매력을 찾아내어 관심을 갖고 가꾸는 지속적인 작업이 더욱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문화 만들기는 기다림에 익숙한 농부의 마음이 기본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지방경영시대를 맞이하면서 정부는 지역특화발전을 촉진하는 법률제정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른 지역과 차별되는 자신만의 상품으로 지방경제를 활성화시키자는 전략이다. 이를 보면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혹시나, 또 다시 지붕색깔만 갑자기 바꾸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다. 좀 기다리더라도 진정한 의미의 문화가 제대로 가꾸어진, 그러한 고유성으로 경쟁하는 지방경영시대를 보고싶다. <이연택(한양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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