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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재앙의 교훈

상당수 기업과 연구소 대학교가 사실상 업무마비상태에 빠졌다. 최소 30만대에서 최대 100만대의 컴퓨터가 꼼짝없이 당했다고 하니 그 충격은 짐작하고 남는다. 부품교체비용만 400억원이나 되고 잃어버린 데이터의 정보가치까지 포함하면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 파괴력은 실로 가공스럽다. 컴퓨터 바이러스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꿈의 정보화시대도 한낱 허구로 끝날 수 있다는 점이 입증됐다.다른 나라들도 큰 피해를 입은 것을 보면 대응의 한계를 짐작할 수 있지만 거의 무방비상태였던 우리의 경우는 아쉬운 점이 너무 많다. 정보보안에 만전을 기하는 컴퓨터시스템업체들조차 감염됐다고 한다. 더구나 주무부처인 정보통신부마저 당했고 국세청 세무자료와 검찰 수사기록까지 날아갔다고 하니 컴퓨터 바이러스에 대한 우리의 대응수준은 부끄러울 정도다. 우선 정부부터 정보화시대에 걸맞는 위기관리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당국이 뒤늦게 대책마련에 나서 야단이지만 사후약방문이란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이번 사태를 교훈삼아 재발방지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정부차원의 사전경보체제를 확립하고 교육과 홍보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이렇게 될 것을 미리 알고 일부 컴퓨터백신업체들이 예방책을 널리알렸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우리의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개발능력은 헌신적 전문가들의 노력과 투자에 힘입어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럼에도 엄청난 피해를 본데는 컴퓨터사용자들의 안이한 자세도 한몫했다. 인터넷시대에 컴퓨터망이 마비되면 국가행정시스템은 정지하게 되어있다. 국가경제의 총체적 위기가 올 수도 있다. 정부와 업계의 노력못지않게 사용자들이 바이러스 피해 예방수칙을 지켜지 않으면 안된다. 소프트웨어는 반드시 정품을 구입하고 최신 백신으로 수시로 감염여부를 점검하며 중요 파일은 반드시 백업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태는 또 컴퓨터 2000년 연도 인식문제(Y2K)의 철저한 대응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 일깨워준다. 전문가들은 이번 피해는 Y2K가 일으킬 수 있는 대재앙의 전초전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Y2K도 정부나 기업 개인이 모두 함께 노력해야 해결이 가능하다는 점은 마찬가지다. 이미 예상된 위기에 미리 대처해 피해를 최소화하지 못하는 일이 다시 발생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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