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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벤처' 흔들리는 존립기반
입력2002-01-30 00:00:00
수정
2002.01.30 00:00:00
무리한 사업확장에 비리시건 잇단 연루
벤처 신화의 주인공 메디슨이 결국 쓰러졌다. 어느 정도 예상했음에도 불구하고 허무한 붕괴를 보는 업계 분위기는 허탈과 충격에 휩싸인 상태다.
하지만 메디슨 외에도 무리한 사업확장과 수익모델 창출에 실패한 벤처기업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정부는 각종 게이트 등 비리사건으로 적극적인 벤처육성정책에서 4년만에 선별 지원 방식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벤처 자체를 부정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벤처는 국가경제의 새로운 활력소며 대안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3회에 걸쳐 현재의 벤처를 진단하고 그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바이러스 등으로 파손된 컴퓨터 데이터를 소프트웨어로 손쉽게 복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F사. 오는 3월 코스닥 등록 신청을 앞두고 있는 이 회사는 기술력에 있어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른 것으로 평가 받는 곳 중 하나다.
현재 확보된 현금만도 30억원을 웃도는 수준으로 다른 기업을 인수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L회장은 데이터 복구 프로그램 하나만의 전문기업으로 살아남기를 원한다.
최근 세계에서 처음으로 휴대폰 배터리 정보를 디지털로 표현하고 용량을 20% 이상 늘릴 수 기술을 개발한 S사도 장기적인 회사 비전을 배터리 콘트롤러를 만드는 전문기업으로 설정하고 있다.
생산은 아웃소싱으로 해결하고 마케팅도 대기업이나 다른 곳으로 외주를 맡기고 오직 기술개발에만 전념하겠다는 것이 L사장의 다짐이다.
이처럼 전문화를 통해 자신만의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는 벤처들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기술개발이라는 벤처 본연의 자세를 버리고 자금만을 ?아가는 벤처도 많은 게 사실이다.
기술혁신을 부르짖으며 지난 98년 벤처기업특별법이 제정된 후 우후죽순처럼 등장한 벤처.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 일부 벤처에게 중요한 것은 기술개발이 아니다. 자금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가 생사여탈의 문제가 된 지 오래다. .
많은 기업들에게 코스닥이 지상의 과제로 등장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코스닥 등록 이전이나 다음의 단계는 별로 없는 듯한 모습이다. "앞으로 벤처기업은 없어질 것입니다.
다른 것은 안중에도 없고 코스닥에만 눈길을 주고 있으니 등록이 되고 난 뒤에는 죽든 살든 상관 않겠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 자세로 기업이 남아 남겠습니까" 벤처 관련 정부부처 한 관계자의 자조 섞인 한마디다.
이미 어느 정도 성숙한 벤처는 더욱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모험' 정신을 가진 전문기업으로 남기 보다 몸집 부풀리기에만 치중하기 때문이다. 국내 대기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어발 확장을 이들에게서도 쉽게 감지할 수 있다.
실제로 엔터테인먼트업체인 K사는 거듭되는 적자 속에서도 지난해 상반기 자본총계 438억원을 훨씬 웃도는 615억원을 다른 기업에 지분 투자했다.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회사인 H사도 자본총계가 342억원이지만 두 배가 넘는 693억원을 3개 법인에 출자,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이처럼 코스닥 기업중 지난해 타회사에 200억원 이상을 출자한 회사가 10여개에 달한다.
벤처업계에서는 최근 일련의 비리사건과 메디슨 신화 붕괴에 대해 '결국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기술개발보다는 투자유치에, 전문화 대신 사세 확장에 치중하는 현재의 풍토에서 사활을 건 변신 없이는 벤처 자체의 존립 기반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게 이들의 반성이다.
송영규기자
서정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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