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폭소클럽’(월 오후11시)은 그 흔한 ‘개인기’나 우스꽝 스런 몸짓 없이 오로지 ‘말’로만 승부하는 스탠드업 코미디다. 그런 만큼 기존 스타들보다는 신인 개그맨이나 오랫동안 밑바닥에서 무명의 설움을 겪으며 내공을 갈고 닦은 이들이 빛을 본다. 오는 8일로 100회를 맞는 ‘폭소클럽’ 최고의 스타는 단연 ‘블랑카’ 정철규(25ㆍ사진). 지난 2월 ‘뭡니까 이게’ 코너에서 스리랑카 출신 외국인 노동자로 출연해 “사장님, 나빠요“란 유행어로 단박에 인기 스타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무대 밖 그는 “TV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이 민망하다”며 쑥스러워 하는 20대 중반 평범한 젊은이다. 그가 사회성 짙게 깔린 외국인 노동자로 분하게 된 건 온전히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왔다. 경남 창원의 산업단지에서 병역특례로 3년간 일했던 그에게 외국인 노동자의 삶은 일상이었다. 무명의 설움을 겪던 지난해 11월, TV에서 ‘외국인 노동자 강체 추방’ 뉴스를 우연히 보곤 자신의 노동자 경험이 살아났다. 사회성이 짙은 소재 특성상 방송으로 내보낼 수 있는 건 제한돼 있지만, 외국인 노동자라는 민감한 이야기를 다루는 만큼 겪은 일화도 적지 않다. 방영한 지 한 달도 안 돼 중소기업 고용주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최근엔 스리랑카 대사관으로부터 자국을 비하한다는 항의도 들었다. “항의가 많이 들어오지만 신경은 크게 쓰지 않아요. 외국인 노동자들의 애환을 따뜻하게 그리고 싶은 게 제 유머의 초심이에요. 실제로 제가 만나본 외국인 노동자들은 항의는커녕 재밌다고 웃어주던데요.” 인기 스타가 됐지만 여전히 그는 “폭소클럽이 없었으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이라며 “오랫동안 사랑 받는 장수 스타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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