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한국을 동북아 비즈니스 허브로 육성한다는 거창한 목표로 출발한 경제자유구역이 개발 10년차를 맞아 뒤뚱거리고 있다. 경제자유구역은 2003년 인천과 부산ㆍ진해, 광양권 등 3개로 출발했다가 대선을 앞둔 2008년 새만금과 대구ㆍ경북, 황해권 등 3개가 다시 추가되면서 화근을 예고했었다. 좁은 국토에 지역별 나눠먹기식 구역지정이 이뤄지다 보니 덩치만 커졌을 뿐 특화를 통한 경쟁력은 점점 상실한 것이다. 가장 진척도가 높다는 인천마저 국제도시라는 슬로건이 무색하게 외국인 거주자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고 외국인 투자도 지지부진하다. 2004년 이후 올해까지 6개 경제자유구역에 투자된 외국인 직접투자(FDIㆍ도착액 기준)는 총투자액의 고작 3.6%에 불과하다. 결국 정부가 메스를 들이댔다. 25일 지식경제부 경제자유구역위원회는 황해 경제자유구역 개발면적을 당초 대비 71% 축소하는 구조조정안을 확정해 지난해 말부터 추진하던 6개 경제자유구역 구조조정을 일단락 지었다. 앞서 3월에는 인천 등 5개 구역의 개발면적을 싹둑 잘랐다. 1년여간 추진된 구조조정에 따라 전국 6개 경제자유구역의 면적은 최초 계획 당시 총 578.3㎢에서 438.7㎢으로 4분의1가량 줄어들었고 6개 구역에 걸쳐 있는 총 93개 단위사업지구는 85개로 축소됐다. 경제자유구역이 이처럼 중도에 시련을 겪은 것은 선거 포풀리즘에 따른 무분별한 지구 지정, 외국인 투자 유치실적 저조, 부동산경기 침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좁은 국토면적에서 ‘지역별 나눠먹기’라는 정치논리가 개입돼 2008년 구역을 3개에서 6개까지 늘리고 정부와 지자체가 현실성을 고려하지 않고 탁상공론식 육성전략을 내놓은 것이 경제자유구역의 실패를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장윤종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센터 소장은 “경제자유구역은 외국인 투자를 개방하고 연계하는 굉장히 중요한 고리인데 현재는 껍데기만 남은 상태”라며 “일단 한 개의 경제자유구역이라도 성공 케이스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예고된 실패에도 정부가 연말까지 경제자유구역 추가 지정 작업을 벌이고 있어 경제자유구역 확대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경부는 3월부터 강원ㆍ경기ㆍ전남ㆍ충북도 등 4개 지자체의 요청에 따라 제3차 경제자유구역 지정심사를 하고 있다. 기존 구역도 사업성이 떨어져 면적을 축소하는 마당에 추가 지정을 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이 쇄도하지만 내년 총선정국을 타고 정치권과 지자체의 압박은 점점 커지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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