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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기 경제팀 이렇게 풀자] <상> 정책 리더십부터 복원을

'정책 기안→입법→실행' 당정청 상시 소통 채널 구축해야

기초연금·양도세 면제 기준 등 불통으로 삐걱<br>'불도저'보다 야권 설득하고 포용하는 자세를


"도대체 왜 우리 경제팀을 무능하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요. 선진국·신흥국 할 것 없이 전세계가 경제위기를 겪는 와중에도 우리 경제는 꾸준히 개선된 성적표를 냈잖아요."

박근혜 정부의 경제팀 개각설이 구체화되던 이달 초 정부의 한 1급 관료가 사석에서 던진 하소연이다. 각종 경제지표들을 보면 다른 주요국들과 비교해봐도 나쁘지 않은 성적이 나왔는데 이를 시장과 정치권으로부터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한 데 따른 답답함을 드러낸 것이다. 바로 이 같은 인식이 박근혜 정부 1기 경제팀의 문제점을 시사한다. 이른바 경제지표와 같은 통계 성적에 자아도취된 판단력, 정책의 과정보다는 결과만을 내세우는 일방주의가 정책성과의 가치절하를 자초했다는 게 정치권과 시장전문가들의 평가다.

이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이어지는 2기 경제팀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특히 정책의 결과보다는 추진과정이 중요하다는 점은 되새겨볼 만하다. 이는 정책의 리더십과 직결되는 탓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국책연구기관의 고위관계자는 "현오석 경제팀은 경제정책의 방향 설정 등에서는 비교적 옳은 선택을 했지만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부부처끼리는 물론이고 청와대·여당과 잦은 이견을 보였다"며 "이 같은 정책혼선은 경제팀의 카리스마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려 어떤 정책을 내놓아도 민간의 반응을 이끌어내기 쉽지 않은 상황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정책추진 과정에서의 혼선을 최소화해 실추된 리더십을 다시 세워야 2기 경제팀이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고비고비마다 정부와 청와대, 여당 간 정책 엇박자가 이어져왔다. 특히 찰떡궁합이 되도 모자를 정부와 청와대 간 혼선은 중대국면마다 '대형사고'로 이어졌다. 지난해 가을 무렵 65세 이상 노인에 대한 기초노령연금 전면지급을 골자로 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을 수정하는 문제를 놓고 청와대 참모진과 보건복지부가 빚은 갈등은 결국 진영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의 항명성 사퇴를 불렀다. 비슷한 시기 기재부는 총급여 3,450만원 이상 근로자를 사실상으로 중산층으로 간주해 소득세 부담을 높이려 했다가 박 대통령의 쓴소리를 듣고는 증세 기준소득을 '총급여 5,500만원 이상'으로 수정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올 초에는 정부가 경제혁신3개년계획 초안을 마련해 언론에 사전 브리핑까지 했다가 청와대 참모들로부터 사실상 퇴짜를 맞다시피 하며 수정돼 시장의 혼선을 빚기도 했다. 당정 간에는 △양도세 면제 기준 엇박자(2013년 4월 전후) △해양수산부·미래창조과학부 이전 지역 갈등(2013년 9월) △주택임대소득 과세 충돌(2014년 2~6월) 등 불통이 연달았다.



물론 정책 리더십을 세우려는 당정청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새누리당은 지난해 상반기 당내·당정 간 정책조율의 채널을 복원하기 위해 2011년 이후 3년여 만에 당내 정책조정위원회를 부활시켰다. 정부 역시 현오석 부총리가 협업을 강조하고 국회도 수시로 들러 여야에 보고하는 등 소통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청와대에서도 박 대통령이 정책 칸막이 등에 대한 문제를 자주 언급하고는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은 성과가 크지 않았다. 겉으로 드러난 것과 달리 실제 노력은 피상적이고 형식적으로만 이뤄졌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한 당료는 "현안이 있을 때마다 현 부총리를 포함해 정부 관계자들이 국회의원 회관을 돌아다니는 듯했지만 정작 테이블을 두고 마주 앉으면 속내를 보이지 않고 원론적이거나 의례적인 이야기나 하고 가는 경우가 많아 영양가 있는 협의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정책위원회 관계자 역시 "정부가 야당과 소통하겠다고 했지만 중요한 자료는 제대로 주지 않고 과거 보도자료들을 대충 복사해 가져오거나 하는 요식행위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반면 정부도 정부 나름대로 불만이 컸다. 기재부의 한 간부는 "툭하면 당은 물론이고 국회 입법공무원들에게 불려가는데 이성적으로 협상이 되기보단 일방적으로 국회의원들에게 야단만 듣고 오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인 정책협상은 잘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나마 이 같은 협상도 주로 당정·당청·정청 간으로 서로 단절적으로 이뤄졌으며 상시적이 아니라 부정기적으로 이뤄져 실효성이 떨어졌다.

이에 따라 2기 경제팀이 정책 리더십을 세우려면 당정청의 3각축을 아우르는 상시적 정책협의체를 만들어 수시로 현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를 통해 당면한 주요 현안과 국정과제 등 굵직한 정책들의 혼선을 막고 '정책 기안→입법→집행'을 일사천리로 추진할 수 있는 '상시적 정책 패스트트랙'의 전기가 마련돼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차원에서 여당 국회의원 출신이면서 대통령의 측근이기도 한 최 후보자와 안 수석의 경제사령탑 배치는 시의적절한 인사로 평가된다. 다만 이른바 '측근'이나 '실세'라는 후광효과에 기대어 관계부처나 여당, 민간 등을 일방적으로 군기 잡는 식으로 정책을 추진한다면 오히려 역풍을 맞아 정책이 장기 표류할 우려도 있다. 따라서 새 사령탑의 정책 리더십은 '불도저'보다는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조율하는 '연금술사'와 같은 방향으로 펼쳐져야 한다는 게 정부, 국회 안팎의 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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