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2,000포인트를 향한 닻을 올렸다. 비록 7일 지수가 3포인트 정도 빠졌지만 연말께에는 코스피지수가 2,000포인트를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는데 대체적인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문제는 2,000 안착 여부다. 전문가들은 일시적인 2,000 돌파보다는 안착 여부가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지수가 2,000포인트에 안착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환율 안정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입과 선진국 경기회복, 기관과 개인의 증시 귀환 등을 제시하고 있다. ◇외국인 자금유입 기준점은 환율 1,100원= 7일 코스피지수는 3.10포인트(0.16%) 떨어진 1,900.85포인트에 마감됐다. 장중 지수가 출렁거리기도 했지만 1,900포인트 지키기에 성공한 것은 외국인 매수세 덕분이다. 외국인들은 이날도 1,225억원을 사들이면서 17일 연속으로 주식을 사들였다. 관건은 앞으로도 이 같은 외국인의 매수세가 유입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외국인들의 매수세를 좌우할 수 있는 핵심 변수는 원ㆍ달러 환율이다. 외국인들은 국내 증시에 투자할 때 코스피지수의 상승 가능성과 함께 원ㆍ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환차익도 염두에 두기 때문이다. 대신증권은 외국인의 매매패턴 변화가 생길만한 환율대로 1,100원을 제시했다. 1997년 이후 환율구간별 외국인 매매패턴을 분석한 결과 2008년1월~2010년9월까지 1,100원 이하에서 외국인의 매수세가 급격히 약화된 바 있고 2000년1월~2004년 12월에도 1,100원 이하에서 외국인 매수세가 급격이 줄었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1999년 이후 2008년8월까지 원ㆍ달러 환율 평균값은 1,100원선으로, 그 이하면 원화 고평가 국면, 그 이상이면 저평가 국면으로 볼 수 있다”며 “1,100원대에 근접할수록 외국인들의 환 차익 기대는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반면 원ㆍ달러 환율이 1,000원~1,050원까지 내려가도 외국인의 순매수 기조는 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의견도 많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글로벌 기업들은 대체로 연초에 평균환율을 1,000원 대로 설계해놨기 대문에 현재 환율보다 더 떨어져도 기업들의 수익은 꾸준히 유지될 것”이라며 “환차익이 적게 나더라도 외국인이 국내 증시를 쉽게 이탈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정석 산은자산운용 리서치센터장도 “환율이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국내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이 9.3~9.4배에 불과하기 때문에 상대적인 경쟁력이 있다”라며 “외국인 관점에서 보면 원ㆍ달러 환율이 1,050원대까지 떨어져도 꾸준히 국내 증시에 들어올 수 있다”고 평가했다. ◇국내기업들의 실적증가세 이어져야= 국내 기업들의 실적 모멘텀이 이어질 수 있느냐도 관건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기간에도 국내 기업들은 분기별로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기록하며 갈 곳 없는 글로벌 유동성을 흡수했다. 한 달 만에 코스피지수가 1,800포인트에서 1,900포인트로 점프할 수 있었던 것도 전 세계적인 양적 완화 정책과 일본의 제로금리로 풀린 자금이 ‘3ㆍ4분기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되는 국내 증시로 몰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3ㆍ4분기 사상최대 실적을 기록한 뒤 4ㆍ4분기부터는 실적이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개 이상 증권사의 실적 전망치가 있는 상장사 313곳의 4ㆍ4분기 합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3ㆍ4분기와 비교해 각각 9.91%, 9.61% 줄어들 것으로 집계됐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4ㆍ4분기에 이익의 절대 규모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주가지수에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3ㆍ4분기 실적 시즌이 끝나고 중국의 10월 경기선행지수가 발표되는 11월 중순까지는 주가지수가 쉬어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내년 1ㆍ4분기부터 기업실적이 다시 회복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장기투자 성격의 외국자금은 지속적으로 유입되며 ‘코스피지수 2,000시대’에 대비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상장사 313곳의 합산 영업이익은 내년 1ㆍ4분기~3ㆍ4분기에 거쳐 전 분기 대비 각각 4.11%, 8.08%, 11.41% 증가할 것으로 조사됐다. 박연채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융위기 과정에서 국내 기업들은 경쟁력이 강화되며 세계1등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며 “외국인 자금 중 70~80%는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를 염두에 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하는 성격이다”고 밝혔다. ◇환매 줄며 투신 매수여력 높아질 듯= 투신 등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매수여력 확대도 코스피지수가 2,000 포인트 대에 안착하기 위한 요건으로 꼽혔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떠나가는 상황이 생기더라도 주가 지수가 급격한 하락세를 피하기 위해서는 국내 기관들이 받쳐줘야 하기 때문. 아직까지는 기관의 순매수 전환을 기대하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다. 실제 코스피지수가 1,800포인트에서 1,900포인트로 점프한 지난달 10일 이후 지난 5일까지도 국내주식형펀드(ETF제외)에서 2조4,801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가며 투신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2조6,871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그러나 코스피지수가 1,900포인트에서 탄력적인 상승세를 보이면 국내 투자자들이 다시금 펀드투자에 나서며 투신권의 매수 여력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임정석 센터장은 “2008년 이후 펀드 환매 자금만 80조원에 이른다는 것은 환매 사이클이 상당수준 진행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라며 “코스피지수가 2,000포인트를 넘어서는 과정에서 개인투자자들이 펀더멘털에 대한 확신이 생기면 내년부터는 펀드로 자금이 들어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와 함께 미국, 유럽 등 선진국 경제의 회복추세가 확인돼야 하는 것도 2,000포인트 안착을 위해 확인돼야 할 과정으로 지적됐다. 국내 증시가 ‘나홀로’상승세를 기록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양기인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는 모습이 나타나야 하고 미국의 과도한 가계부채가 상환된 이후 소비로 연결되는 모습이 나타나야 한다”라며 “선진국 쪽에서 긍정적인 경기회복 시그널이 없으면 이머징 시장도 강하게 나타나기 힘들기 때문에 설령 2,000포인트를 돌파해도 안착하는 모습은 아닐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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