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비철금속거래소인 런던금속거래소(LME)는 여러모로 독특한 관행을 유지하고 있다. 원형의 소파에서 말과 수신호로 거래가 체결되는 장소인 링(ring)은 전자플랫폼을 이용한 거래가 대세인 오늘날에도 유럽지역에서 유일하게 플로어 거래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LME의 전통에 대한 회원들의 자부심은 셔츠 단추를 끝까지 채우고 자켓을 입은 채로 거래하는 트레이더들의 옷차림에도 남아 있다. 그러나 다른 거래소의 트레이더들이 LME에 대해 가장 독특하게 느끼는 점은 만기 관행이다.
선물은 지정된 월별로 하나의 결제 월물이 상장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LME 선물은 거래 2영업일 후부터 3개월까지 매 영업일을 만기로 하는 거래가 가능하다. 이후 6개월까지는 매주마다, 그 이후로는 매월 계약이 상장돼 있는데 이러한 계약들 중 3개월물이 기준계약 역할을 한다.
비철금속 선물의 기준계약이 3개월물로 굳어지게 된 것은 운송기간 때문이다. LME에서 초기에 거래되던 주요 금속은 구리와 주석인데 산업혁명으로 수요가 급증한 후 구리는 칠레지역에서, 주석은 말라야(지금의 말레이시아)지역에서 수입한다. 칠레에서 영국까지 구리가 운송되는 기간은 3개월 정도 소요됐고 1869년 수에즈 운하가 개통되면서 말라야로부터의 주석 수입도 3개월로 단축돼 3개월물이 기준계약으로 정착했다.
범선이 증기선으로 바뀌어 운송기간이 비교적 안정되고 전신의 발달로 대륙간 연락망까지 구축돼 화물이 언제 도착할지 예측이 가능해짐에 따라 상인들은 인도일을 비교적 정교하게 운영할 수 있게 됐다. 만기를 조정하는 스프레드 거래의 관행은 해상운송 기간에 맞춰 선물계약을 미세 조정하기 위한 거래에서 발전했다. 이와 같이 LME의 만기 관행은 운송ㆍ통신 수단의 발전과 이에 발맞춘 거래자들의 명민한 대응의 결과다.
결국 LME가 지금까지 그 위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실물 업계의 관행에 깊이 뿌리박고 있으며 이후로도 변화에 발맞춰 끊임없이 진화하고자 노력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도 금선물ㆍ돈육선물 등 일반상품 선물이 상장돼 있지만 거래량이 많이 부족하다. 그러나 돈육선물을 포함한 상품의 리모델링과 제도개선이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우리 시장에서도 19세기 런던의 비철금속거래소처럼 적극적인 거래가 이뤄져 물가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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