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테마주를 비롯한 이상급등 종목에 대한 거래정지 기준을 선제적으로 강화하고 나선 것은 기존 투자경보체제로는 테마주 급등락을 효과적으로 막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치 테마주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승을 부렸지만 현재의 투자경보체제가 투자주의-투자경고-투자위험-매매정지 등으로 복잡하게 돼 있어서 루머에 따라 날뛰는 주가를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그동안 정치 테마주의 흐름을 보면 현재의 불공정 거래 감시체계가 얼마나 무기력한지 여실히 드러난다. 실제로 거래소는 지난해 초부터 이달 11일까지 안철수연구소와 EG 등 이른바 정치인 테마주로 분류된 종목에 대해 14차례나 투자경고종목 지정을 했지만 대부분의 종목이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급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월3일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된 신우의 경우 지정 당일부터 주가가 가격제한폭까지 뛰었으며, 같은 날 경고종목으로 지정된 동양물산도 4.64% 강세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해 1월5일 투자경고종목의 지정된 보령메디앙스는 지정 당일 8.98% 상승한 것을 비롯해 급등 흐름을 멈추지 않아 경고종목 해제 이틀 만인 같은달 21일 경고종목에 다시 지정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됐던 동양철관의 경우 지정 직후 주가가 1,885원까지 떨어졌으나 고작 한달 만에 3,000원대 주가를 뚫고 올라갔다. 박원순 테마주인 휘닉스컴은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된 지난해 10월11일 오히려 상한가로 직행했으며, 같은 달 주가가 10만원에 도달하자마자 경고종목에 오른 안철수연구소의 주가는 경고종목 해제 두달 뒤인 이달초 16만원 이상까지 도달했다.
현재까지도 투자경고종목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비트컴퓨터(4일 지정)의 경우 경고종목 지정 이후에도 이틀 연속 상한가 행진을 벌였으며, EG는 지난 3일 투자경고종목에서 해제되자마자 다시 가격제한폭까지 뛰어 5일 경고종목에 재지정됐다. 기존 투자경고종목 지정 수준만으로는 테마주의 급등 흐름에 아무런 제동을 걸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반해 같은 기간 투자위험종목으로 분류돼 매매거래정지까지 이어진 종목은 동성화학, 현대비앤지스틸 우선주 등 테마주와 무관한 두 종목에 불과했다.
한국거래소는 이에 따라 거래정지 기준 강화 등 관련 제재수위를 높여 테마주 이상급등 현상을 확실히 잡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또 증권사들이 테마주 시세와 관련한 불건전매매에 대해 현재 ‘구두경고-서면경고-수탁거부예고-수탁거부’ 등 4단계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을 경고 단계 없이 즉각 수탁거부예고부터 들어가는 것으로 축소하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이는 규정 변경이 필요 없는 사항이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증권사들과 관련 절차 변경에 대한 협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테마주 대응에 소매를 걷어 부치고 나서는 것은 금융감독원도 마찬가지다. 금감원은 11일 테마주 특별조사반에 대한 인사명령을 내고 12일부터 이를 본격 가동한다고 밝혔다.
금감원 특별조사반은 먼저 집중조사 종목을 되도록 이번 주 안으로 선별해 공개할 예정이다. 대상 종목은 주로 최근 주가왜곡이 심한 테마주들이 될 전망이다.
그동안 제보나 신고 등이 들어와야만 문제 종목에 대해 조사에 들어갔던 것과는 달리 집중조사 종목의 경우 특별조사반이 자의적으로 조사에 착수하게 된다. 만약 조사 과정에서 투자자보호를 침해하는 주가조작세력이 발견될 경우 검찰ㆍ경찰 등 수사기관에 곧바로 고발한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근거 없이 오르는 테마주의 경우 문제를 빨리 파악해서 투자자들에게 알려줘야 한다고 보기 때문에 조사에 속도를 낼 방침”이라며 “매매분석을 통해 주가조작을 노린 누군가가 발견되면 즉각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특별조사반은 일단 총선이 이뤄지는 오는 4월11일까지 3개월 동안 운영될 계획이다. 다만 총선 이후에도 테마주가 계속 기승을 부릴 경우 특별조사반 운영기간을 연장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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