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공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무섭게 치솟던 정보기술(IT) 부품주의 주가가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시장은 이미 PC 시장과 마찬가지로 '급격한 성장'에서 '정체'로 방향을 틀었다고 진단하며 IT 부품주가 과거와 같은 영광을 찾기는 힘들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전기차를 비롯해 무선충전, 새로운 외부 기기 등 신규 시장 확보에 나서는 곳을 중심으로 투자 포인트를 좁혀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20일 코스닥시장에서 플렉스컴(065270)은 전날 대비 2.48%(230원) 내린 9,030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나흘 연속 하락하며 총 12.33% 빠졌다. 지난해 2월 2만4,200원까지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 주가는 반 토막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플렉스컴과 함께 국내 스마트폰용 인쇄회로기판(FPCB)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인터플렉스(051370)의 주가 낙폭은 더 크다. 지난 2012년 8월 7만5,330원을 고점으로 꾸준히 하락한 주가는 현재 1만6,4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 밖에 스마트폰용 카메라를 만드는 자화전자가 지난해 5월 고점 대비 반 토막 수준인 1만5,800원까지 하락했고 디지탈옵틱도 최근 1년 동안 40% 넘게 떨어졌다. 또 안테나 제조업체 아모텍(052710)과 스마트폰 케이스 전문업체 모베이스(101330), 액세서리 제조업체 서원인텍, 반도체용 식각액 공급업체 솔브레인(036830) 역시 고점과 비교해 많게는 55%, 적게는 19%가량 주가가 빠졌다.
이들 IT 부품주가 일제히 내리막을 걷는 것은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성이 꺾인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해 4ㆍ4분기 전년 동기 대비 66% 성장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출하량은 올해 1ㆍ4분기 성장률이 32%로 반 토막났고 올 4ㆍ4분기에는 20%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준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나 애플의 아이폰 시리즈의 새 제품이 더 이상 초기 스마트폰 시장과 같은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스마트폰 교체 수요가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면서 "그동안 삼성전자가 고가 제품을 중심으로 성장을 이끌어오면서 같이 성장했던 국내 IT 부품주의 주가가 삼성전자의 성장률 저하에 맞춰 빠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 연구원은 이어 "중국 업체가 생산하는 저가 제품은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제품과의 성능 차이가 크지 않으면서도 가격은 3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이는 과거 PC 산업이 걸었던 길과 유사한 모습으로 스마트폰 시장 역시 정체기에 진입한 것으로 볼 수 있고 따라서 스마트폰 부품주가 더 이상 시장의 주도주로 부각되기 힘들 것"이라고 판단했다.
주가 급락에도 불구하고 전방시장의 전망 자체가 불투명한 만큼 IT 부품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살아나기는 힘든 상황. 시장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에만 치중하는 IT 부품주에 대해 관심을 줄이라고 조언했다. 대신 새로운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업체에 대한 관심은 유효하다는 분석이다.
성장 기대감이 큰 스마트카 관련주가 대표적이다.
정한섭 SK증권 연구원은 "스마트카 개념이 도입되면서 자동차 원가에서 IT 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35%에서 오는 2030년 50%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연구원은 이어 "카메라모듈과 발광다이오드(LED), 디스플레이, 2차전지 등에 강점이 있는 국내 IT 업체가 스마트카 시장 성장의 수혜를 볼 것"이라며 "특히 삼성전기와 LG이노텍·서울반도체 등 대형 IT주는 물론 최근 자동차 센서 시장에 진출한 실리콘웍스(108320)와 차량용 카메라 모듈로 시장을 확대한 엠씨넥스의 실적 기대감이 크다"고 판단했다.
스마트폰 주변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업체도 주목해야 한다.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성이 줄어드는 와중에도 무선충전이나 센서 등 새롭게 등장하는 영역이 있기 때문이다.
곽찬 신영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메인 벤더의 경우 더 이상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하기는 힘들지만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업체의 경우 실적 측면에서 방어력이 커질 것"이라며 "최근 신규 사업인 센서 부품을 고객사에 납품하기 시작한 파트론(091700)과 블루투스 헤드셋 등 외부기기로 특화하고 있는 블루콤, 내년 하반기 중 무선 충전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보이는 알에프텍 등은 여전히 성장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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