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국 기업이 갈 길
입력2003-07-06 00:00:00
수정
2003.07.06 00:00:00
비즈니스 위크지가 최근호에서 삼성전자의 성공 과정을 커버 스토리로 게재했다. 미국 굴지의 경제 전문 잡지에서 `삼성의 길(Samsung way)`이라는 타이틀로 집중 취재한 것은 한국기업으로서는 반갑고 자랑스런 일이다. 2002년에 338억 달러의 매출에 59억 달러의 이익을 내고, 각종 전자기기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1~2위의 시장 점유율을 가진다는 찬사와 더불어 몇 가지 조언도 덧붙였다. 하드웨어의 제품 수명이 짧다는 것과 함께 모든 관련사업을 칩에서 디지털 제품까지 생산하는 수직계열화의 문제점, 앞으로 계속돼야 할 투자부담의 어려움 등을 거론했다. 삼성의 입장에서는 물론 이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놓았겠지만 한국 기업 전체에 보내는 충고로 우리 모두가 경청해야 할 것이다.
우리 경제가 지난 30년간 경이적인 발전을 하는 과정에서 기업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효율적이고, 성공적으로 담당했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좀더 잘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몇 가지 있다.
외국과의 합작 투자에 성공한 경우가 극히 드물다는 점과 전략적 제휴를 통한 성장전략이 아주 미약하다는 사실이다. 합작 투자와 전략적 제휴는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위험을 분산시키는 전략으로 세계적인 대기업들이 적극 활용하는 접근 방법이다. 국내기업 간의 합작과 제휴도 해외의 그것에 못지않게 중요해서 산업의 균형적 발전과 질적향상에 큰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각각의 기업이 가지고 있는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합작투자 전략은 오늘날의 인수ㆍ합병의 기초가 되고, 기업의 효율성 제고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수직계열화도 장점이 있지만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위험은 분산시켜야 하는 세계경쟁 체제 하에서 많은 취약점을 노출하고 있다. 연구개발과 자금조달 및 운용 그리고 마케팅은 대기업이 담당하고, 생산과 조립, 부품생산, 각종 용역 등은 외부에서 조달하는 체제를 생각해야 한다. 한국에서도 하청 형태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종속적 관계의 하청에서 벗어나 발전된 형태의 제휴나 동업자적인 관계를 개발해야 한다. 모든 것을 자체 생산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던 IBM이 외부생산으로 전략을 전환하여 경쟁력을 높인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합작 투자와 전략적 제휴는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위험을 분산시킬 뿐 아니라 국내기업의 해외진출과 해외기업의 국내진출을 용이하게 할 것이다. 이런 것들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어려움이 산적한 한국 경제에 큰 활력소가 될 것으로 본다. 그러면 이런 일이 가능하려면 우리가 개선해야 할 부족한 점은 무엇일까.
첫째, 커뮤니케이션과 조정(cordination)기능을 향상시켜야 한다. 기업경영에 있어 이 두 요소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중요하다. 특히 외국기업과의 그것은 경우에 따라 기업의 사활을 결정하는 치명적인 원인이 되기도 한다. 대화의 수준을 `긍정의 합의(agree to agree)`에 이르는 것을 최선의 목표로 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부정의 합의(agree to disagree)` 단계로까지 대화를 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두개의 상반된 의견을 조정하면서 한쪽에 치우친 결정이 아닌 `타협(somewhere in between)`에서 이뤄진 결정에 조직 모두가 나서서 최선을 다하는 유연성이 있어야 한다.
둘째, 상대편을 깊이 신뢰하고, 한번 구축된 신뢰기반을 쉽게 잊지 말아야 한다. 내국인이던 외국인이던 모든 조직원이 차별 없이 소속된 기업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강한 믿음이 있어야 하며, 모든 일이 이 신뢰의 기반 위에 이뤄져야 한다. 외국인 경영자에 대하여 항상 무엇인가 불편한 생각을 갖고, 한국 경영자만을 믿으려 하고, 내 사람과 남의 사람을 가르는 듯한 풍토가 아직도 한국 기업 문화에 남아있지 않은가.
셋째, 기업의 투명성 문제이다. 외환 위기 이후에 기업 투명성은 많이 개선됐지만, 아직도 여려 분야에서 개선해야 할 점이 많이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외국기업과 합작을 하면서 한국 사회 특수 상황에서 있었던 비자금 문제가 아직도 있다고 하면 과연 그 합작이 원만히 유지될 수가 있겠는가.
넷째, 기업 경영의 결과에 대한 지나친 욕심이다. 이익을 독차지하려면 위험도 클 수밖에 없고, 따라서 위험분산을 생각해야 한다. 경영에는 좋은 시기가 있으면 반드시 나쁜 시기가 올 것이라는 예상으로 최악의 경우에 대한 대비책으로 위험분산의 대책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모든 문제들을 단시간 내에 해결하려 하기보다 지금의 문제점을 잘 인식하고, 선진 기업들의 경영기법을 과감히 받아들여 현실에 적용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김영만 주미 한국상의 명예회장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