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편의점 개발담당으로 찾았던 거제시는 필자에게 참 흥미로운 도시였다. 거제시 거리 대부분의 사람들은 온종일 유니폼 점퍼를 입고 다니고 자전거와 오토바이 부대들이 출퇴근길에 밀물과 썰물처럼 도로를 가득 메우는 전형적인 산업도시였다.
거제시는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크고 작은 조선소들과 하청업체들이 시 전체를 아우르고 있어 생산직 근로자들이 가장 큰 소비자층으로 형성돼 있다. 2013년 말 기준, 거제시의 인구는 24만 명이라는 통계가 있지만 조선소와 하청업체에 근무하는 근로자, 외국인 노동자까지 합치면 실제 필자가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는 인구 규모는 30만 명 이상이다. 특히 남성 비율이 매우 높고 상당수 기숙사나 원룸, 도시생활형 아파트에 사는 1인 단독세대 거주자들이다. 즉 거제시와 같은 산업단지는 평소 편의점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소비층이 밀집해 있는 매력적인 장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의 공통분모는 대체적으로 가격민감도가 낮다는 점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연봉 수준이 높다 보니 가격보다는 품질을 우선하고 프리미엄 상품 수용도도 매우 높은 편이다. 또,남성 소비자의 보편적인 특성에 맞게 신제품보다는 전통적으로 인기가 많은 스테디셀러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산업지대 내 소비자들은 편의성을 매우 중시한다. 생산 물량 등 회사의 가동현황에 따라 2교대, 3교대로 근무 여건이 편성되다 보니 타 지역과 대비해 24시간 소비가 활발하다. 이는 도심지에 비해 기타 편의시설이 부족한 산업지대 특성에 따라 편의점의 이용이 활발한 이유이기도 하다.
객단가가 높은 특징도 있다. 생산직 근로자들은 집단화된 생활패턴으로 단체활동으로 움직이다 보니 대량구매 빈도가 상당히 높게 나타난다. 휴식시간이나 야외활동 시 가까운 편의점에서 간식과 음료 등을 수 십개 단위로 구매하기 때문에 평소 인기 상품들 위주로 재고 확보가 중요하다.
산업지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같은 남성 소비자를 점포 충성 고객으로 만드는 노력이다. 요즘 산업지대 내 남성고객들은 흔히 말하는 '의리' 코드가 있는 소비자층이라 한 번 마음을 얻으면 점포 매출에 큰 도움이 된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친절한 서비스다. 아무리 무뚝뚝한 남성일지라도 어둡고 딱딱한 서비스보다 밝고 화사한 서비스를 좋아한다. 멤버십 카드와 할인, 증정 행사를 활용해도 효과가 좋다.
다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창업 인건비, 임차료 등 고정비용에 대해서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점이다. 거제시 같은 경우 최근 거가대교 개통과 더불어 관광산업이 발달하면서 임차료가 꾸준히 상승 중이다. 산업지대에서는 창업 시 충분한 인력수급과 적정 임차료에 대한 계획도 꼭 고려해야 한다.
구성현 BGF리테일 개발4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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